[르포]"러시아어로 밥 먹고, 친구도 만나요"…한국 속 또 다른 고향

[르포]"러시아어로 밥 먹고, 친구도 만나요"…한국 속 또 다른 고향

이현수 기자, 나유영 기자, 인천=신홍규 기자, 안산(경기)=여승헌 기자
입력 2026.11.07 07:15 드롭다운 아이콘 수정 2026.11.07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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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사장님이 된 외국인② 외국인 모이자 커진 상권…안산·인천·서울 곳곳에

[편집자주]  한국에 '외국인 사장님'이 늘고 있다. 같은 국적 이주민을 중심으로 상권을 형성한 외국인 자영업자들은 지역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산업단지와 주택가, 도심 등 상권이 형성된 배경과 모습도 다양하다. 하지만 관련 통계나 지원 정책은 여전히 사각지대다. 외국인 자영업자들이 바꿔놓은 지역 상권의 모습과 창업·정착 과정에서의 어려움, 정책적 과제를 짚어봤다.
10월8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다문화거리의 시장 모습./사진=여승헌 기자.
10월8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다문화거리의 시장 모습./사진=여승헌 기자.

# 동남아시아 출신 중년 여성이 채소가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시장 골목을 걷는다. 거리에는 두리안과 무지개망고, 건두부 등 이색 식재료가 눈에 띈다. 간판은 인도네시아어와 아랍어 등으로 쓰여있다. 한 음식점에서는 인도네시아 노래가 흘러나온다. 한 여성이 들고 가는 라디오에선 중국어가 들린다.

경기 안산 원곡동 다문화거리에는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인근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 살면서 형성된 상권이다. 고향의 음식과 물건을 찾는 이주민들이 늘자 같은 국적의 외국인들이 하나둘 가게를 열기 시작했다.

1993년 한국인과 결혼해 귀화한 인도네시아 출신 윤설아씨(53)는 3년 전 이곳에 카페를 열었다. 윤씨는 "가게를 열기 전에도 외국인이 많은 안산을 자주 찾았다"며 "생일잔치 등 고향 사람들이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9년 전 한국에 온 디미트리씨(45)는 요리사로 일하다 2020년 우즈베키스탄 음식점을 차렸다. 그는 "친척과 친구 대부분이 안산에 살고, 우리말을 하는 사람도 많아 이곳에 왔다"며 "손님 대부분이 고향 사람이라 고향 음식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곳의 '아건네팔인도음식점'은 네팔인들의 교류 공간이다. 네팔 명절이면 8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가게를 가득 채운다. 최근 네팔에서 홍수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상인과 주민들이 힘을 모아 2000만원을 기부했다. 사장 아건씨(52)는 "홍수 피해 소식에 마음이 아파 다같이 돈을 모아 기부했다"며 "주말이면 인근 대학에 다니는 유학생들과 공장 노동자들이 식당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외국인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윤씨는 "인도네시아 사람이 많아지면서 5년 전보다 인도네시아 식당이 2배 정도 늘었다"며 "어느 나라 사람이든 고향 음식을 먹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네팔 잡화점에서 일하는 30대 타망씨도 "최근 3년 사이 네팔과 인도네시아 음식점이 10곳 가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의 우즈베키스탄 음식점 '다스트칸'에 외국인 가족이 들어가고 있다.(왼쪽), 식당 내부에 마련된 기도실/사진=신홍규 기자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의 우즈베키스탄 음식점 '다스트칸'에 외국인 가족이 들어가고 있다.(왼쪽), 식당 내부에 마련된 기도실/사진=신홍규 기자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에서도 중앙아시아의 정취가 느껴졌다. '한국의 중앙아시아'로 불리는 이곳의 식당과 마트에선 중앙아시아 전통 음식과 각종 양념, 향신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하교 시간에는 교복을 입은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한국어로 대화하며 거리를 오갔다.

다른 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다 이곳으로 옮겨온 자영업자들도 있다. 함박마을에서 우즈베키스탄 음식점을 운영하는 아민씨(29)는 부산에서 식당을 운영하다 지난해 이곳에 2호점을 열었다. 그는 "인천에는 가족과 함께 정착해 중고차 등 한국 제품을 중앙아시아로 수출하는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러시아 출신 이주민이 많다"며 "부산에서 장사할 때도 이곳 사람들이 식사하러 찾아왔다"고 말했다.

외국인 사장님의 가게는 직원들도 대부분 이민자들이었다. 아민씨의 가게에는 한국인 직원 3명과 외국인 직원 10명이 일한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직원 미르조히드씨(20)는 충북 청주의 한 대학에 다니면서 틈틈이 식당에서 일한다. 그는 "청주에는 할랄 식당이 없어 이곳에서 일하게 됐다"며 "여기는 우즈베키스탄 사람이 많고 주변 식당에서도 할랄 음식을 팔아 편하다"고 말했다.

함박마을의 우즈베키스탄 음식점 '다스트칸'에는 전통 기도실과 웨딩홀까지 마련돼 있다. 아민씨는 "공장에서 일하는 중앙아시아인들이 이곳에서만큼은 고향의 정취를 느끼고 싶어 한다"며 "음식과 분위기를 최대한 현지와 비슷하게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사관에서도 이곳에서 모임을 하고, 카자흐스탄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한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는 동안 찾아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10월8일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의 한 식료품점 매대에 각종 양념이 진열된 모습./사진=신홍규 기자.
10월8일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의 한 식료품점 매대에 각종 양념이 진열된 모습./사진=신홍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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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기자

사회부 사건팀 이현수 기자입니다.

나유영 기자

안녕하세요. 편집국 나유영 기자입니다.

신홍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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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헌 기자

안녕하십니까, 여승헌 기자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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