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49%, 중소기업 4%… 'AX 격차' 메우는 딥테크 스타트업들

대기업 49%, 중소기업 4%… 'AX 격차' 메우는 딥테크 스타트업들

류준영 기자
입력 2026.11.07 08:00 드롭다운 아이콘 수정 2026.11.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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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보벤처캠프 19기] 공장·패션·안경·폐가죽… 제조 현장 바꾸는 딥테크 4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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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현장의 인공지능 전환(AX), 친환경 등의 공정 혁신은 그동안 대기업의 몫이었다. 수억 원대 컨설팅 비용과 수개월에 걸친 시스템 구축, 대규모 설비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중소기업은 많지 않아서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의 AI 활용률은 49.2%인데 비해 중소기업은 4.2%에 그친다. 숙련 인력은 줄고 생산성은 정체된 중소 제조현장일수록 혁신이 절실하지만 정작 문턱은 너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틈을 파고드는 딥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들이 있다. 기술보증기금(기보)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기보벤처캠프' 19기에 선정된 에이엑스코어, 랩오브어패럴, 레이벡, 에코위브웍스가 그곳이다. 지역 중소 공장의 업무 시스템, 신진 패션 브랜드의 생산 공정, 안경원의 렌즈 가공기, 폐가죽 재활용까지 각기 활동 무대는 다르지만 숙련자의 경험과 수작업, 낡은 공정에 기대던 제조 방식을 데이터와 새 기술로 첨단화·친환경화로 바꾼다는 공통점이 있다.

'12주·3000만원'에 끝내는 중소 제조 AX

광주에 본사를 둔 에이엑스코어는 중소 제조기업이 AI를 들여오는 과정 자체를 자동화한다. 그동안 제조기업이 AI를 도입하려면 컨설팅과 시스템통합(SI)에 6~9개월, 1억5000만~5억원 가량이 들었다.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고도 기초 단계에 머물거나, 정부 지원사업이 있어도 수행 역량이 없어 시도조차 못하는 기업이 많았다.

자료=에이엑스코어
자료=에이엑스코어

에이엑스코어의 AI 컨설턴트 'AX포인트'는 사업자명 하나로 공시·특허·조달 이력 등 공개 데이터 9종을 자동으로 모은다. 여기에 사내 문서를 올리면 AI가 AI 전환 전략, 조직문화, 업무체계, 인프라, 활용 성과 등 5대 지수를 100점 척도로 진단하고, 개선 과제와 기간·비용을 담은 로드맵을 짠다.

이어 제조형 AI 워크스페이스 'M-AI 웍스'가 경영관리·생산관리·품질검사·재고물류 등 8대 핵심 업무 가운데 필요한 기능만 골라 구축한다. 이미 쓰던 전사적자원관리(ERP)·제조실행시스템(MES)은 바꾸지 않고, 커넥터로 연결해 데이터를 하나의 표준 언어로 묶는다.

회사는 이 방식으로 기존 6~9개월, 1억5000만원에서 5억원이던 구축 기간과 비용을 12주, 3000만원 수준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진단은 무료로 제공하고, 실제 구축을 원할 때만 비용을 받은 뒤 월 구독으로 이어가는 구조다.

에이엑스코어 설립 6개월 만에 반도체 부품 제조사에 ERP·MES·AI비전을 연동한 워크스페이스를 구축했다. 또 광주 지역 사출·금형설계·자동차부품 기업과도 실증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네이버클라우드 공식 서비스 공급사로 공동 마케팅을 펼치고, 한국능률협회·한국금형산업진흥회 등 협회 채널로 고객을 넓히고 있다.

석윤정 에이엑스코어 대표는 서울반도체 기술전략팀장, 파블로항공 사업기획 총괄 등을 지냈다. 회사는 내년까지 고객사 50곳, 매출 20억 원을 목표로 잡았다. 장기적으로는 공장마다 쌓이는 현장 데이터로 '제조 온톨로지'를 고도화해 한국 제조현장을 이해하는 AI와 로봇으로 사업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디자인 이미지 한 장으로 작업지시서부터 생산까지

랩오브어패럴은 의류 제조의 '설계도'를 AI로 자동화한다. 옷 한 벌을 만들려면 원·부자재 목록을 담은 자재명세서(BOM)와 봉제 방법을 적은 작업지시서(TP)가 필요하다. 신진 브랜드는 이를 에이전시에 통째로 맡기거나, 수백 통의 이메일과 엑셀 파일로 공장과 주고받는다. 기능성 의류는 첫 샘플이 나오기까지 평균 6개월이 걸리고, 스타일당 100만원가량의 추가 개발비가 든다.

랩오브어패럴이 개발한 '더 패션 OS'에 디자인 이미지를 올리면 비전 AI가 옷을 패널과 부자재 단위로 분해한다. 원단 폭·수축률·결 방향을 반영한 가상 마킹 시뮬레이션으로 원단 소요량을 계산하고, 가격·최소주문수량(MOQ)·납기·친환경 여부 등 조건에 맞는 자재를 추천해 BOM과 TP를 만든다. 클릭 한 번으로 발주하면 베트남·이탈리아·일본·미국 등 15개 글로벌 파트너사를 통해 샘플과 본생산이 진행되고, 진행 상황은 대시보드로 추적할 수 있다.

자료=랩오브어패럴
자료=랩오브어패럴

랩오브어패럴은 남성 기능성 의류 브랜드 '엔노(ENNO)'와 진행한 PoC(기술검증)에서 첫 샘플 개발 기간을 51일로 줄였고, 약 21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성과를 얻은 엔노는 2차 여성 컬렉션 발주도 확정했다.

랩오브어패럴은 사스(Saa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툴을 무료로 풀어 브랜드를 모으고, 생산 대행 수수료(장당 평균 약 8000원)로 수익을 내는 구조를 택했다. 2030년 유럽연합(EU)의 에코디자인 규정(ESPR)과 디지털 제품 여권(DPP) 도입에 대비해 친환경 자재 우선 추천과 제품 이력 추적 기능도 갖췄다.

김성한 랩오브어패럴 대표는 노스페이스 모기업 VF코퍼레이션에서 소싱 전략 매니저로 일했고, 베트남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 지사장 등을 거치며 10년 넘게 글로벌 의류 생산을 다뤘다. 회사는 올해 프랑스 비바테크에서 패션테크 혁신기업 '톱5'에 꼽혔다.

숫돌·연마수 대신 UV 레이저로 안경렌즈 가공

레이벡은 안경원과 렌즈 가공소의 핵심 공정인 렌즈 가공 장비를 만든다. 지금은 연삭 숫돌과 연마수로 렌즈를 깎는 습식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폐수와 슬러지, 미세플라스틱이 섞인 입자가 나오고, 숫돌이 닳을수록 가공 품질도 들쭉날쭉해진다. 안경 재제작률은 5~15%, 특수렌즈 불량률은 25%에 이른다. 결과가 작업자 숙련도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다.

레이벡의 해법은 UV(자외선) 레이저로 렌즈에 닿지 않고 가공하는 비접촉·건식 방식이다. 외형 절단과 베벨(렌즈 테두리 경사면), 홈·홀 가공, 마킹까지 물 없이 처리한다. 렌즈의 재질·두께·곡률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레이저 출력과 주사 속도 등 가공조건을 추천·보정하고, 곡률 변화에 맞춰 초점과 가공 경로를 잡는다. 지금은 따로 쓰는 형상 측정(트레이서)·광학정보 취득(블로커)·가공(에저) 기능도 한 대에 통합했다.

자료=레이백
자료=레이백

회사는 PC·MR·트라이벡스 등 렌즈 소재로 120여 차례 PoC(기술검증)을 마쳤다. 이 과정에서 열 누적에 따른 정밀도 저하와 변색 문제를 확인했고, 목표 정밀도 ±10㎛를 구현할 엔지니어링 샘플(E/S) 장비를 만들고 있다. 레이백 측은 "숫돌 교체, 장비 정지, 불량 폐기, 폐수 처리 비용을 합치면 안경원 한 곳의 연간 운영비를 약 1450만원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해외부터 공략한다. 글로벌 렌즈가공기 시장은 연 2조8000억원 규모로, 상위 4개사가 약 67%를 차지한다. 레이벡은 해외 디스트리뷰터 10곳과 접촉해 4곳에서 도입 의사를 확인했고, 2027년 3~5개국에서 파일럿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국민성 레이벡 대표는 검안기 등 안광학 장비 개발에만 25년을 몸담은 엔지니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레이저 공정을 연구한 정기석 박사가 기술고문을 맡았다.

접착제 대신 물로 엮는 '제로 웨이스트' 재생가죽

에코위브웍스는 버려지는 가죽을 다시 원단으로 되살리는 친환경 소재 기업이다. 전 세계에서 해마다 나오는 가죽 폐기물은 약 700만톤인데, 재활용되는 비율은 10% 안팎에 그친다. 천연가죽은 무두질(태닝) 과정에서 중금속인 크롬을 쓰고, 합성가죽은 폴리염화비닐(PVC) 같은 화학 소재에 기댄다. 기존 재생가죽도 폐가죽 가루를 접착제로 굳히는 방식이라 화학물질 잔류 문제가 남는다.

에코위브웍스는 폐가죽을 섬유 단위로 풀어낸 뒤, 접착제 대신 물의 압력으로 섬유를 서로 엮는 '수력직조' 공정으로 원단을 만든다. 가죽 함량을 최대 98%까지 높여 천연가죽에 가까운 물성과 촉감을 구현했고, 물을 재순환하는 폐쇄 루프 시스템으로 물 사용량은 최대 50% 줄였다. 반복 굽힘·인장 강도 등 내구성은 기존 대비 30% 개선했다. 가격은 대체가죽 섬유보다 50~70%, 천연가죽보다 3~50% 낮출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자료=에코위브웍스
자료=에코위브웍스

양산 기반도 갖췄다. 국제 친환경 인증(GRS·RCS)을 보유한 제조사와 글로벌 브랜드에 공급해온 파트너사를 확보했고, 가방·소품 시제품 5종을 만들었다. 한남대 산학협력단에서 감귤 오일 코팅 인조가죽 특허를 이전받았고, 금속 없이 생분해성 이온성 액체로 가죽을 무두질하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사업은 B2B(기업간 거래) 원단 공급과 자체 브랜드 판매를 병행한다. 올해는 친환경 가죽과 패션 하우스의 재고 원단을 결합한 브랜드 '테른(TERNE)'을 선보이고, 국내 패션 플랫폼 29CM와 일본 크로스보더 플랫폼 식스티퍼센트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건국대에서 섬유공학과 의상디자인을 전공하고 섬유패션 업계에서 7년간 일했다.

한편, 기보벤처캠프는 기술보증기금이 민간 액셀러레이터와 손잡고 창업 3년 이내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누적 890여곳을 지원했다. 19기에는 동남권 지역 특화 액셀러레이터 시리즈벤처스가 운영사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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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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