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청천일까 옥상옥일까…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쟁점은
'9전 10기'. 과거 국회에 9차례나 법안이 제출됐지만 번번이 무산된 공직자비리전담수사기구 이른바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시도의 기록이다. 20대국회 초반 검찰개혁이 시급한 과제라는 공감대 속에 공수처 설치가 사상 열번째로 시도되고 있다.
25일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추진방향을 공개했고 정의당은 이미 법안을 제출했다. 국민의당은 더민주와 공조하기로 했지만 26일 자체 방안을 공개, 더민주 방안과 조율하기로 했다. 검찰을 수사할 수 있는 공수처를 둬 검찰 고위직 비리를 막고, 국회의원 등 다른 고위공직자의 비리도 공수처가 맡도록 하는 게 골자다.
반면 여당은 공직부패에 날선 국민여론을 의식하면서도 공수처 설치엔 반대하고 있다. 또 하나의 권력기구 즉 '옥상옥'이 될 뿐이란 여당과 검찰개혁을 더이상 검찰 스스로의 손에 맡길 수 없어 외부에 '포청천'이 필요하단 야당이 맞섰다.
◇정당성·독립성·檢 자체개혁 등 산넘어 산
공수처가 설치되면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에 대한 비리수사는 검찰 대신 공수처가 맡게 된다. 고위공직자란 전직 대통령, 장차관,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 판검사, 장관급 장교, 경무관 또는 치안감급 이상의 경찰간부 등이다. 감사원, 국세청 등 사정기관은 그 특성을 감안해 장차관이 아니라 국장급 이상이면 적용되게 했다.
검찰 고위직의 부정부패에 국민 분노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법안 제출까지는 급물살을 탔지만 실제 도입까지 산넘어 산이다.
우선 공직비리 수사를 위한 별도 기구 설치의 정당성이다. 박근혜정부는 고위공직자 수사를 목적으로 특별검사의 제도를 갖췄고 특별감찰관도 뒀다. 비록 실효성 논란이 있지만 공수처와 업무상 중복이 될 수 있다. 야당 법안대로 행정·사법·입법부 어디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라면 헌법적 근거가 약하단 지적이 있다.
수사대상도 논란이다. 더민주는 전직 대통령, 청와대 선임행정관까지 제시했다. 선임행정관은 통상 3급이고 4급인 경우도 있어 '고위공직자'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 생긴다. 더민주는 직급보단 권력의 집중과 전횡이란 측면을 따졌단 입장이지만 협상용이란 분석도 있다. 법안 심사결과 범위가 좁아질 것까지 고려했다는 것이다.
입법부의 사법부 통제 우려도 있다. 야권 법안은 교섭단체가 요구하거나(더민주), 국회재적 1/4 이상 서명하면(정의당) 공수처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게 했다. 이 경우 옥상옥 논란에다 정치권의 사법 개입이란 의혹까지 불러일으킬 대목이다. 새누리당도 이런 점을 들어 공수처 설치에 부정적이다.
검찰이 자체 개혁안을 제시하면 공수처 설치 명분은 그만큼 떨어진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5일 "공수처 신설은 위헌성, 옥상옥 논란, 정치권 예속 등의 문제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지만 검찰 스스로 개혁이 지지부진하면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자세로 자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조 약속한 野도 이견…국회 통과 미지수
더민주는 전직 대통령과 그 가족도 포함시켰지만 국민의당은 신중한 입장이다. 청와대 참모의 범위, 독립성 보장을 위한 공수처장 임명절차 등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정의당은 선명성을 경쟁하듯 3당 단일법안을 제출하는 대신 독자 법안을 냈다.
국회 통과 가능성은 어떨까. 법제사법위에서 여야 대립이 계속되면 야권은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을 시도할 수 있다. 현재 법사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새누리당이 7명, 더민주 7명, 국민의당 2명, 정의당 1명이다. 여소야대 조건이지만 재적 3/5 이상 찬성이란 조건을 채우려면 야권은 새누리당 1명의 이탈표가 필요하다.
본회의 통과 또한 낙관하기 이르다.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해 본회의에 상정하려면 180명이 동의해야 한다. 야 3당과 야권 성향 무소속인 김종훈·이해찬·윤종오·홍의락 의원을 합하면 168명이다. 이 때도 새누리당 12명의 반란표가 필요한 데다 야권 표가 100% 일치한다는 보장도 없다. 국민의당에선 공수처보단 검찰 자체 개혁 또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대안이란 의견이 있다.
새누리당 8·9 전당대회 결과도 변수다. 당대표 주자인 비박계 김용태·정병국·주호영 의원이 공수처 설치를 지지하고 있다. 단 비박계 당대표라도 청와대와 일정부분 교감할 수밖에 없어 새누리당이 공수처 지지로 선회하긴 쉽지 않다.
공수처 4개 정권째 '공회전'…무산 이유 봤더니
진경준 검사장의 구속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 부동산 의혹 여파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문제가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야권 주도로 공수처 신설 방안이 다시 거론되면서 17년간 도입에 실패를 거듭해 온 공수처 도입이 현실화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공수처는 시기별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공직부패수사처', '특별수사청' 등의 이름으로 도입이 추진됐던 독립 수사기구다. 정치권력으로 부터 자유롭고, 내부 비리 척결에 한계가 있는 검찰권을 견제할 수 있는 별도의 수사기관이 판·검사는 물론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하도록 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본격적으로 공수처 설치가 논의됐던 시기는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9년이다. 이 시절 법무부 주도로 '공직비리수사처'라는 기구를 만들고 당시 부패 사정의 중추였던 대검 중앙수사부의 기능을 대신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기구의 위상은 '검찰 내 준독립기구'로 설정돼 있었다. 하지만 '공직비리수사처'의 가장 큰 문제는 '독립기관'이 아니었다는 점에 있었다. 그 당시로는 특별하게 대검중수부와 다르게 준독립기구로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검찰총장 산하 기구라는 태생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검찰 내부 등 공직사회의 반발도 거셌다.
김대중정부의 반부패정책은 참여정부로 이어졌다. 2003년 노무현정부가 들어서자 검찰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온 독립 수사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정부 보다는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국회에서 논의를 이끌었다. 수사기구는 부패사정 기관이었던 부패방지위원회에 두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하지만 2004년 12월 정부로부터 제출됐던 '공직부패수사처 설치에 관한 법률안'은 결국 한나라당 소속 법사위원장에게 꽁꽁 묶여 소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에 이르렀다.
이명박정부 때도 '검사 스폰서' 사건을 계기로 촉발됐지만 여권 내부에서 대통령 직속 기구로 두는 것에 대한 반대의견이 터져 나오면서 유야무야 됐다.
박근혜정부에서는 2013년 사개특위가 6개월간 운영되면서 검찰 개혁안이 다뤄졌다. 동시에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상설특검 도입 방안이 논의됐다. 또 특검 운용방식과 관련, 상설조직으로 만들어놓고 필요할 때 수사하는 이른바 '기구특검'으로 할지 현재처럼 제도만 갖춰놓고 필요에 따라 국회 동의를 거쳐 특별검사를 두는 '제도특검'으로 할지를 두고 충돌이 벌어졌다.
이처럼 법조계 안팎에서는 '상설특별검사제도' 등 검찰권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검찰비리 등을 제대로 수사할 새 수사기관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검찰 내부의 강한 반발과 이에 동조한 여당의 반대에 번번히 발목을 잡혔다. 공수처 도입 논의가 17년간 추진과 무산을 반복한 탓에 20대 국회에서도 말만 무성하다 그치는 게 아니냐는 회의적 전망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반면 공수처 신설 방안을 주장하는 야당이 현재 국회 과반을 차지한 '여소야대' 상황이어서 추진력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더구나 초유의 현직 검사장 구속 사태인 진경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뇌물수수 사건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검찰 개혁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막전막후 속기록]공수처 "국민불신 해소"VS"삼권분립 위배"
고위공직자 비리를 전담하는 수사기구(이하 공수처)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국민의정부’였지만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국회에서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이명박정부' 때였다.
당시 부산의 한 건설업자가 57명의 전·현직 검사에게 금전, 향응, 성상납 등을 제공했다는 일명 ‘스폰서 검사’ 사건이 터지면서 공수처 설립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는 등 검찰개혁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이에 여야는 국회 내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에서 다양한 검찰개혁 방안들을 논의했지만 공수처 설립의 경우 시작부터 찬반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공수처 설립을 주장했던 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릴 정도였다.
찬성측은 검찰 스스로 검찰을 수사하는 것은 어불성설인 만큼 별도 수사기구를 설립해 국민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반대측은 삼권분립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옥상옥으로 권한남용 등의 또다른 부작용만 양산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사개특위는 수차례 회의와 관련 공청회까지 열어 의견을 모았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하면서 공수처 설립은 백지화됐다. 대신 공수처에 비해 후퇴한 검찰 내 특별수사청을 설치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마저도 여당의 반대로 흐지부지되면서 '빈손 특위'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다음은 2010년 6월15일 공수처 설립 법안이 처음 논의됐던 사개특위 내 검찰관계법안심사소위 속기록을 재구성한 내용이다.
이한성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 지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에도 논의를 거듭했지만 결국은 옥상옥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성안이 성사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금도 중추적인 검찰이 있기 때문에 별도로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이춘석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스폰서 검사 해결책으로 특임검사제도를 검찰청에서 제시하고 있던데 그게 사실은 검사들이 문제가 생겼을 경우 그보다 상급자를 특임검사로 임명해서 하겠다는 것으로 그렇다고 하면 검사장이 문제가 되면 검찰총장이 해야 하고 검찰총장이 문제가 된다고 하면 상급자가 없기 때문에 못 한다는 결론이 생깁니다.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 :기관이 제대로 업무를 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했을 때 분할해서 잘하는 기관을 만들자고 하는 것은 국가조직 원리의 근본을 해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국방기능이 제대로 못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우리가 제2군을 만들 수 없지요. 군이 제대로 국방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보완장치 입법을 해야 되는 것이지요.
노철래 미래희망연대 의원 :사정기관이 스스로를 수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정확한 수사도 안되고, 그래서 그때마다 봐주기 수사니 면죄부 수사니 이런 얘기가 나왔단 말이에요. 독립된 수사기관에서 바로잡아 줘야 될 필요성이 있 봅니다. 물론 옥상옥이 될 수도 있지만 법적으로 그걸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있습니다.
손범규 한나라당 의원 :이걸 만들면 검찰이라는 늑대를 쫓고 공수처라는 호랑이를 불러들이는 겁니다. (공수처장은) 대통령이 임명해야 되는데 그렇게 되면 대통령이 입법, 사법, 행정을 초월한 그야말로 히틀러 같은 존재가 될 우려가 많아요.
박영선 민주당 의원 :한나라당 위원님들이 주장하는 옥상옥 문제도 한편으로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합의가 안되면 상설특검 정도는 도출을 하는 게 상식선에서 맞지 않은 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수처 도입 법조계 시각은…검찰 '반대' vs 변호사들 '찬성'
정치권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논의가 야3당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가운데 재야 법조계인 변호사사회는 대체로 공수처 설치에 긍정적인 상황이다.
반면 법무부·검찰은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강한 반대기류가 여전하다. 공수처에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권을 넘겨줄 경우 검찰의 위상 저하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공수처 도입 배경 중 하나가 검찰의 수사·기소 독점에 대한 문제제기다. 따라서 검찰 입장에선 기관 위상 약화는 물론이고 법원과의 관계에서도 균형이 깨질 것을 우려할 수 밖에 없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공수처는 '옥상옥(屋上屋)'이 될 수 있고 위헌 소지를 갖고 있고 정치권이 당리당략으로 이용하려고 할 수 있다"며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과거에도 옥상옥과 위헌소지는 계속 지적된 문제이지만 특히 이번 야당 공수처설치안은 수사 개시를 '교섭단체'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더욱 문제라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공수처설치안에 따르면 20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이 서로 수사요청을 할 수 있다. 수사 대상에 국회의원과 가족도 들어 있어 3당이 마음만 먹으면 상대당 의원에 대한 수사개시를 요구할 수 있는 셈이다.
대검 관계자는 "그대로 입법화된다면 여야가 서로 정쟁에 이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강한 반대 입장과는 달리 변호사사회는 검찰개혁차원에서 공수처를 찬성하는 입장이 주를 이룬다. 전체 변호사가 가입된 대한변호사협회의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강신업 변협 대변인은 "원론적으로 변협 입장에서 공수처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결국 검찰 개혁 차원에서 변협이 반대할 입장은 아니고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보성향 변호사 1100여명이 모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도 지난 22일 성명서를 통해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및 정경유착을 예방·척결하고 고위 공직자의 권한남용 통제·견제를 통해 국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공수처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비대한 검찰 권한을 분산시켜야 할 것"이라며 "공수처가 검찰과 상호 견제를 할 수 있도록 해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비리에 대한 투명한 수사, 정경유착 등의 사회적 비리 타파도 달성될 것"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