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말 공직자들의 재취업에 제한을 두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일명 관피아 방지법)이 시행되면서 공직자들의 낙하산 투하가 차단되자 비어있는 기관장 자리를 노리는 '정피아(정치인+마피아)'들의 공세가 거세지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퇴직자를 내려보낸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면서 '정피아와 국책은행의 낙하산인사 방지법'이 20대 국회에서 속속 발의되고 있다. 전문성 없는 외부 인사를 원천 차단하는 이들 법안이 이번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빛을 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 방지를 위한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이해관계 등에 얽혀 대부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구성돼 있어 야당이 거세게 밀어 붙일 시에는 법안 통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에서는 국가기관 운영에 도움이 된다면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지만 법적 구속력과 실효성 부분 등은 엄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피아 방지법'을 전면에 내세운 곳은 국민의당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정피아 방지법 토론회를 열고 관련 법안을 정비해 발의할 예정이다. 권 의원이 발의할 정피아 방지법안은 국회의원, 정당 지역위원장 등 정치인이 사임한뒤 3년 안에 공기업·준정부기관 기관장 등으로 갈 수 없게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19대 국회 말에 '창당 1호 법안'으로 관련 법안 발의를 추진했던 장병완 국민의당 산업자원위원회 위원장은 "공직자들의 관피아 방지법에 상응하는 정피아 방지법"이라면서 "아예 공공기관 운영 법률을 개정해서 국회에서 일하거나, 자치단체장 이상 출마자, 정당의 지역위원장 등이 사임일로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않으면 공공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문성 없는 외부 인사가 국책은행의 임원으로 오는 것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국책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낙하산 인사의 병폐가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부른 원인으로 지적되자 이런 병폐를 막자는 취지에서다. 국책은행의 모든 법을 바꿔야하기 때문에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한 '중소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 '한국수출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국책은행 낙하산 방지 3법'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국책은행의 임원이 되기 위해선 최소한의 금융 관련분야 전문성을 갖추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자격조건으로는 △금융사 5년 이상 근무경력자, 금융 관련분야 석사학위 이상 학위소지자 또는 연구기관 등 5년 이상 종사자 △변호사·공인회계사 자격 관련업무 5년 이상 종사자 △예금보험공사 비롯한 금융위원회 고시 금융기관에서 7년 이상 근무자' 등이다. 자격 요건에 맞지 않는 사람이 국책은행 임원으로 임명되면 자동으로 직위를 잃도록 규정했다. 현행법에는 국책은행 임원의 자격 요건, 결격 사유, 전문성 요건이 규정에서 빠져있다.
산업은행장과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 제청, 수출입은행장은 기획재정부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임원은 국책은행장 제청으로 금융위원장과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한다.
박용진 의원은 대표발의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원인 중 하나인 관치금융의 폐해를 막고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책은행의 임원 자격요건에 전문성이나 경력요건을 추가해야 한다"면서 "국책은행에 전문성없는 낙하산인사가 내려오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새누리당 유의동 정무위원회 간사는 "여야를 떠나 국가기관의 운영이 도움이되는 정책은 추진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전문성 요건을 어디까지 봐야할 것인지 등 명확한 규정과 정의가 있어야 한다. 법안에 실린 내용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