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품체조, 케이스타일허브, 밀라노 엑스포…. 문화 황태자 차은택과 연관되는 일마다 예산이 과도하게 집행되고, 담당 부처가 바뀌거나, 절차가 무시되고 있어요. 이게 누구의 지시나 압박이 있어서가 아니라는 말씀이십니까."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4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는 '차은택 게이트'에 대한 감사였다. 지난달 26일 '국정감사 보이콧'을 선언한 지 9일 만에 복귀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문화 황태자'라고 불리는 차은택(47) 감독을 둘러싼 야당 측의 문제 제기가 주를 이뤘다.
차 감독은 광고·뮤직비디오·대중음악·영화 등에 걸쳐 다방면으로 활동해 온 영상전문가다. 가수 백지영의 '사랑안해' 가사를 쓰거나 싸이의 '행오버'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등, 주로 대중문화 쪽에 몸담아왔다.
그는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며 CF 감독을 넘어 문화계 인사로 거듭났다. 현 정부에서 인천아시안게임 영상감독, 밀라노 엑스포 전시관 영상감독, 창조경제추진단장까지 역임했다. 그의 외삼촌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다.
차 감독에 대한 의혹이 시작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미르·K스포츠재단에 개입한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와의 각별한 친분이 드러나면서부터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0일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차 감독과 최씨가 각별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르재단의 김형수 이사장(연세대 교수)이 차 감독의 대학원 은사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국정감사에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르재단 이사장, 사무총장, 각급 팀장까지 모두 차 감독의 추천으로 임명됐다"는 내용이 포함된 미르재단 관계자의 육성 녹음을 공개하며 논란이 커졌다.
갑작스러운 부처 변경, 차은택으로 감독 교체된 '밀라노 엑스포'
지난해 밀라노 엑스포는 산업자원통상부와 코트라가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행사 5개월을 앞두고 돌연 주무부처가 문체부로, 발주처는 한국관광공사로 교체됐다. 전시감독 또한 M교수에서 차 감독으로 교체됐으며 예산은 215억 원에서 330억 원으로 115억 원이 증가했다.
이날 국감에서 유은혜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한국관광공사가 부처 변경을 앞두고 율촌 등 법무법인에 의뢰해 법률적 문제는 없는지를 논의했고, 그 결과 배상책임이나 형사 처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결과를 받았음에도 추진했다"며 "이것이 상식적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차씨와 밀라노 엑스포 주체 변경의 연결고리를 부인했다. 정 사장은 "담당 부처가 바뀐 것은 밀라노 엑스포 주제가 '한식'이고 문화와 관련된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전시 감독이 차 감독으로 교체된 것에 대해서는 "그분은 계약도 안 돼있고, 재능기부로 이뤄졌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이 "정부 측에서 총감독으로 발표하지 않았느냐"고 질타하자 정 사장은 "공식 계약을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이번 밀라노 엑스포가 가장 성공했다"는 정 사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거냐"며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국가 일이다. 개인 사업체가 아니다"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국감 문제된 '늘품체조', 차은택이 홍보영상 제작
지난해 국감 당시 김종 문체부 2차관을 중심으로 특혜 의혹이 벌어졌던 미스코리아 출신의 정아름씨가 만든 '늘품체조'도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늘품체조'는 2014년 10월 헬스트레이너로 활동하는 정씨가 평소 친분이 있던 차 감독에게 "체조를 개발할테니 안무가를 소개해 달라"고 제안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차 감독은 아이돌 그룹 티아라의 안무가 2명을 정씨에게 소개했고 이들이 늘품체조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체조 시연 행사 동영상은 차씨가 제작했다. 같은 해 김 차관은 이 체조 시연 행사에 네 차례나 참석했으며, 박근혜 대통령도 시연 행사에 참여했다. 그러나 김 차관은 늘품체조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늘품체조를 '국민체조'로 지정했는데 이 체조가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조차 파악된 바가 전혀 없다"며 "전국 1만6000여 개 학교에 늘품체조가 이용되는 곳을 파악해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관광진흥기금'이 왜 문화창조융합벨트·K스타일허브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하며 한국관광공사의 관광진흥기금이 '문화창조벤처단지' 조성에 80억 원, '케이스타일허브' 조성에 91억 원이 전용돼 관광진흥법 등 관련법규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관광진흥기금은 관광상품 개발 및 관광진흥사업에 쓰여야 할 기금인데, 이렇게 운용된 것이 차 감독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초 관광공사 서울사옥 신축 설계비 26억 원이 책정됐으나 돌연 용도가 변경되고 125억 원의 예산 증액 변경 요청이 이뤄졌으며, 기재부는 단 하루 만에 이 요청을 승인했다는 것.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임기를 2년이나 앞둔 변추석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돌연 그만두던 지난 4월3일, 차 감독이 문화창조융합본부장에 부임했다"며 "이후 현재의 사장이 취임할 때까지 4개월간 진두지휘하며 옛 한국관광공사 건물을 문화창조벤처단지 및 케이스타일허브로 바꿔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변 전 사장의 건물 운용 계획은 문화창조융합본부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며 "차 감독의 광고계 선배였던 변 전 사장이 돌연 사퇴하고 차 감독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된 것 때문에 두 사람 사이 갈등을 추론하게 된다"며 변 전 사장 퇴임에 대한 차씨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