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위기의 공공임대주택

임상연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입력 2016.10.14 08:48 수정 2016.10.14 08:48

[the300]종합

정부 그린홈 예산 '싹둑'…"공공임대 슬럼화 방치" 비난

장기공공임대주택의 노후화가 심각한 가운데 정부가 내년 그린홈 사업(노후 공공임대주택 시설개선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한데다 아예 국고지원 중단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다.

시설개선 수요가 매년 증가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내년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사회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장기공공임대주택의 슬럼화를 사실상 방치하는 것이란 비판이다. ‘장기공공임대주택 입주민의 삶의 질 향상 지원법’상 그린홈 사업은 국가가 지원하도록 명시돼 있어 정부가 국고지원을 중단할 경우 위법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그린홈 사업은 장기공공임대주택의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주택기능 및 안전부문 시설개선을 추진하는 사업으로 현재는 준공 후 15년 이상 경과한 영구임대·50년임대 아파트가 우선 대상이다. 2009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와 지방자치단체가 매칭방식으로 국고 지원을 받아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13일 국회에 제출된 ‘2017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 그린홈 사업에 예산 100억원을 배정했다. 이는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요청한 예산(523억5000만원)에 크게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올해 책정된 예산(310억원)의 3분의 1에 불과한 금액이다. 기재부는 2013년부터 그린홈 사업 예산을 매년 축소했는데 올해는 제도 시행 이후 가장 적은 예산을 편성했다.

당초 국토부는 영구임대·50년임대 아파트 639개 단지(중복포함)의 소방전기설비, 소방기계설비 등 안전분야 5개 항목의 시설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하지만 예산이 오히려 대폭 삭감되면서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실제 정부안대로 예산이 배정될 경우 사업 대상 단지는 144곳으로 대폭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이 줄면서 사업주체인 LH와 지자체의 비용부담도 커지게 됐다. LH 85%, 지자체 70%(서울시 50%)였던 국고 매칭비율이 올해부터 각각 50%(30%)로 낮아져서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설개선이 필요한 장기공공임대주택은 늘어날 수밖에 없어 정부 지원이 줄면 사업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다는 게 LH와 지차체들의 하소연이다.

실례로 현재 LH가 보유한 장기공공임대주택(영구+50년+국민임대) 중 준공 15년이 경과한 아파트는 168개 단지, 16만8137가구인데 내년에는 180개 단지, 17만6506가구로 늘어난다. LH는 임대주택 재고 증가로 막대한 운용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시설개선 비용부담까지 짊어질 경우 재정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LH의 부채는 135조원으로 공기업 중 1위다.

문제는 2018년부터 그린홈 사업 예산 확보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당초 기재부는 내년부터 국고지원을 중단할 목적으로 국토부에 관련 공문까지 보냈지만 당정협의에서 문제가 지적되자 어쩔 수 없이 예산을 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기재부는 애초 한시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라는 입장이었다”며 “하지만 시설개선 추진실적이 50%에 그치는 등 사업 지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향후 예산심의과정에서 그린홈 사업 예산 축소를 집중적으로 따지겠다는 계획이다. 국토위 야당 간사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회취약계층의 주거환경개선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사업인데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중단하려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자 상시적 지원을 명시한 현행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18대 국회에서 ‘장기공공임대주택 입주민의 삶의 질 향상 지원법’ 입법을 주도한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도 “정부가 방산비리 기업 등에는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가장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영구임대 시설개선 예산을 줄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이번 예산심의에서 예산 확대와 중장기계획하에 상시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거꾸로 가는 공공임대 세제지원…"공급 위축 불가피"

“어느 쪽이 공공임대주택이고, 어느 쪽이 뉴스테이 같습니까” 지난달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장.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목을 가린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와 공공임대주택의 세제혜택을 비교한 표를 가리키며 강호인 국토부 장관에게 이렇게 물었다. 표를 보고 머뭇거리던 강호인 장관은 결국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뉴스테이와 공공임대주택의 세제혜택 차이를 지적하는 질문이었는데 국토부 장관마저 헷갈릴 정도로 그 차이가 컸던 것.

◇"거꾸로 가는 임대정책 민간기업만 배불려"=박근혜정부의 대표적인 임대주택정책인 뉴스테이는 중산층을 위한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소득기준이나 주택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입주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억대 연봉자는 물론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다주택자도 청약이 가능한 것.

하지만 정부는 저소득층 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보다 뉴스테이에 더 많은 세제혜택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국세인 양도세의 경우 뉴스테이는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이 8년 임대 시 50%, 10년 임대 시 70%에 달하지만 공공임대주택은 감면혜택이 최고 40%(10년 임대 시)에 그친다. 법인세(소득세)도 뉴스테이는 75%가 감면되는 반면 공공임대주택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만 감면된다.

지방세인 취득세와 재산세도 마찬가지다. 취득세의 경우 뉴스테이는 전용면적 85㎡ 이상이 30% 감면되는 반면 같은 면적의 공공임대주택은 세제혜택이 없다. 재산세 역시 뉴스테이는 전용면적별로 최소 50%에서 최대 100% 면제되는데 반해 공공임대주택은 25%~50%만 감면 받고 있다.

특히 최근 행정자치부는 내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공급하는 전용면적 60㎡ 이하 소규모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혜택을 축소 또는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행자부는 지난 7월말 이 같은 내용의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LH의 재무여건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원가상승에 따른 공공임대주택 공급위축 및 임대료 상승, 수익성 악화로 인한 지역개발사업 위축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LH는 지방세 감면혜택이 축소 또는 폐지되면 당장 내년부터 세부담이 연간 11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가 뉴스테이를 키우기 위해 민간기업에만 과도한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뉴스테이를 짓는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세제혜택 외에도 저리융자 등의 각종 혜택도 주고 있다. 이원욱 의원은 “일부 뉴스테이 임대료는 소득상위 30% 이상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데도 각종 혜택이 공공임대주택보다 더 많다”고 비판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16일 오후 경기 동탄지구 뉴스테이(new stay: 기업형 임대주택) 견본주택을 찾아 아파트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황 총리는 이날 "정부는 뉴스테이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임대관리업 육성과 재무적 투자자의 참여 촉진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2016.3.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공임대 부족에 저소득층 7년 이상 대기=전문가들은 서민주거안정을 위해선 정부가 뉴스테이보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은 선진국과 견줘 턱없이 적다. 전체 주택에서 10년 이상 장기공공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은 5.5%(2014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5%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이렇다 보니 저소득층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기 위해선 수년을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실제 박덕흠 새누리당 의원이 LH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LH가 공급하는 영구임대주택에 입주하기 위해선 전국 평균 1년3개월, 지역별로는 최대 7년9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공공임대주택 부족과 전월세난으로 서민주거불안은 심화되고 있지만 공공임대주택 공급속도는 더딘 실정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장기공공임대주택(영구+50년+국민임대+장기전세) 증가물량은 2010년 9만2940가구를 기록했다가 2011년 5만9145가구, 2012년 2만6367가구로 급감했다. 현 정부가 들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증가물량도 3만9347가구에 머물고 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전세의 월세전환 가속화로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시급한 시점임에도 정부가 뉴스테이에 각종 혜택을 집중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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