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직접 검찰 조사에 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기업을 상대로 한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이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증언이 나온 가운데 검찰 조사를 회피할 경우 더 큰 국민적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검찰의 조사를 받는 상황이 벌어질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정도로 많은 증거들이 나온다면 박 대통령으로서도 검찰 조사에 응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도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 수용 가능성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미리 예단해 말할 수 없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이날 임명된 한광옥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도 춘추관에서 기자들로부터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 수용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 사건을 확실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추호도 국민들의 의심이 없도록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모두 똑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고 야권의 하야 요구까지 거세지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거부할 경우 자칫 정국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당시 참모들에게 검찰 수사에 적극 협력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그동안 박 대통령에 대해 "형사 소추 대상이 아니다"라며 조사 가능성을 일축했던 사법당국도 입장을 선회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상규명의 필요성에 따라 박 대통령에게 수사 자청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2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긴급체포된 안 전 수석의 진술도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안 전 수석은 검찰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로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고 대기업으로부터 모금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 제84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곤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수용하더라도 피의자 신분이 아닌 참고인 신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조사 방식도 국가원수로서의 품의 문제 등을 고려해 검찰 출두가 아닌 검찰의 방문 조사 또는 서면 조사가 될 공산이 크다.
건국 이래 현직 대통령이 검찰의 조사를 받은 사례는 단 한번도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BBK 사건과 관련, 피내사자로서 조사를 받은 적이 있지만 당시는 대통령 취임 전 당선인 신분이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2003년 당시 불법 대선자금 관련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실제 검찰 조사가 이뤄지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