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朴대통령, '최순실 게이트' 檢조사 수용 검토

이상배, 구경민 기자
2016.11.03 14:57

[the300] 검찰 조사 땐 헌정 사상 최초… 조사하더라도 참고인 신분 방문 또는 서면 조사로 대체할 듯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직접 검찰 조사에 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기업을 상대로 한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이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증언이 나온 가운데 검찰 조사를 회피할 경우 더 큰 국민적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검찰의 조사를 받는 상황이 벌어질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정도로 많은 증거들이 나온다면 박 대통령으로서도 검찰 조사에 응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도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 수용 가능성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미리 예단해 말할 수 없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이날 임명된 한광옥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도 춘추관에서 기자들로부터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 수용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 사건을 확실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추호도 국민들의 의심이 없도록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모두 똑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확인하고 있다. 하 의원의 스마트폰에는 "내일 의총이 네시로 변경되었습니다. 그 이유가 그 전에 대통령이 수사 받겠다고 기자회견할 것이라는 첩보가 돕니다"라는 문자가 있다. 2016.11.3/뉴스1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고 야권의 하야 요구까지 거세지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거부할 경우 자칫 정국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당시 참모들에게 검찰 수사에 적극 협력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그동안 박 대통령에 대해 "형사 소추 대상이 아니다"라며 조사 가능성을 일축했던 사법당국도 입장을 선회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상규명의 필요성에 따라 박 대통령에게 수사 자청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2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긴급체포된 안 전 수석의 진술도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안 전 수석은 검찰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로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고 대기업으로부터 모금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 제84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곤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수용하더라도 피의자 신분이 아닌 참고인 신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조사 방식도 국가원수로서의 품의 문제 등을 고려해 검찰 출두가 아닌 검찰의 방문 조사 또는 서면 조사가 될 공산이 크다.

건국 이래 현직 대통령이 검찰의 조사를 받은 사례는 단 한번도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BBK 사건과 관련, 피내사자로서 조사를 받은 적이 있지만 당시는 대통령 취임 전 당선인 신분이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2003년 당시 불법 대선자금 관련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실제 검찰 조사가 이뤄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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