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강릉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청소년 범죄로 소년법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소년법을 폐지해야한다는 온라인상의 여론에 국회의원들이 개정안으로 화답하면서 탄력이 붙었다. 그러나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신중론도 고개를 든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일 부산 사상구에서 발생한 여중생 폭행사건 이후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혜숙 민주당 의원 등이 총 4건의 소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밖에도 민주당 이석현·표창원과 한국당 김도읍 의원 등이 개정안 발의하겠다고 밝혔고 추미애 민주당 대표,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의장 등 각 정당 지도부도 '처벌강화'에 방점을 둔 법 개정안을 거들고 나섰다.
◇소년은 처벌받지 않는다? 형사책임연령 14세→12세=소년법 개정 논란은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이 발생한 이후 강원도 강릉과 인천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알려지며 누리꾼들이 소년법 폐지에 불을 지폈다. 지난 3일 이후 청와대에 올라온 소년법 폐지 청원은 25만여명이 참여했다. 여론이 뜨거워지자 정치권이 이를 해결하겠다고 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다만 국회의 논의는 '폐지'보다는 '개정'에 무게가 실려있다.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을 종합해보면 △'형사 미성년자' 최저연령을 만 14세에서 12세로 하향조정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러도 형량을 완화해 적용받는 소년법 적용연령을 만 19세에서 18세로 하향조정 △소년범에 적용하는 최대 형량을 징역 15년에서 20년으로 완화하자는 등의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현행 소년법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는 형사처벌하지 않고 보호관찰, 사회봉사 명령 등 보호처분으로 대신하도록 하고 있다. 만 10세 미만은 보호처분 대상에서도 제외돼 어떤 형사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 또 현행 소년법은 만 18세 미만으로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형량을 완화해 징역 15년을 선고하도록 돼 있다.
이러한 현행법을 개정해 "미성년자라도 특정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있고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특정 강력범죄를 저지르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김세연 의원)는 게 개정취지다. 또 "교육제도의 발달과 물질의 풍요로 소년의 사리분별능력과 신체발달이 크게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60여년 전의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이석현 의원)는 문제인식도 담겼다.
◇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교육? 처벌?=그러나 일각에서는 법개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하태경 의원이 제출한 소년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고 회신했다. 소년법을 강화하는게 더 많은 청소년을 범죄자로 확정짓는 '낙인효과'로 이어질 수 있고 소년범들이 오히려 교정시설에서 범죄를 배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요즘 청소년이 몸은 커졌을지 몰라도 정신이 성숙했다고 단정할수는 없다며 소년법 적용 연령을 18세로 낮추자는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도 "형량만 올려서 해결될 문제였다면 범죄는 이미 사라져야 한다"며 "형을 무겁게 한다고해서 범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회 입법조사처가 의뢰해 작성한 정책연구용역보고서 '형법상 형사미성년자 연령 설정과 소년법상 소년보호처분제도와의 관계'에 따르면 형법의 형사미성년 연령의 저하가 가져올 효과는 플러스적 요인 보다는 마이너스적 요인이 더 많다.
또 보고서는 "12세나 13세 등의 소년이 범한 강력범죄에 대한 사회적 불안을 감소시키고, 대상자의 반사회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형벌이라는 수단 보다는 보호처분의 수단이 소년법의 이념을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형사정책적으로 보다 효과적"이라며 "형벌의 부과가 아니라 보호처분의 다양화와 내실화를 통해서 접근해야한다"고 결론짓고 있다.
'사회적 해결'과 '예방'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은 "미성년자인 가해자들이 반성하고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가해자-피해자 의무 격리 조치를 도입하고 의무상담제 도입도 필요하다”며 “국가가 그동안 방치했던 피해자 보호 및 치유과정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제원 의원도 촉법소년 연령을 만12세로 낮추는 법 개정안과 별개로 △교장 책임으로 폭행범 1차 격리조치 의무화 △늑장 대응하는 경찰에 대한 처벌 등의 후속 법안을 준비중이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처벌만능주의가 해답은 아닌 만큼 신중하게 다각적인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관련 상임위별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정부와 함께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폭력에 무뎌진 우리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