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거북선 ‘도산안창호함’ 연구개발의 성공을 응원하며

정우성 해군제독(전 방위사업청 차세대잠수함사업단장)
2018.09.17 04:00

[the300][기고]정우성 해군제독(전 방위사업청 차세대잠수함사업단장)

정우성 해군제독(전 방위사업청 차세대잠수함사업단장) /사진=방위사업청 블로그

1982년 4월 2일 아르헨티나와 영국간에 포클랜드 제도를 사이에 두고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 전쟁초기 영국의 원자력잠수함 ‘컨커러함’에 의해 아르헨티나 해군 주력 순양함‘제너럴 벨그라노함’이 격침되었다. 이 사건이후 해상통제권을 영국이 장악하게 되고 이로 인해 아르헨티나는 포클랜드에 상륙한 지상군에 대한 추가 지원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결국 전쟁에서 영국군이 승리하게 되는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

포클랜드 해전에서 뿐만 아니라 과거 2차 세계대전 등에서 활약한 잠수함의 인상적인 전과는 약소국들에게 잠수함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가성비가 좋은 전력임을 인식시키기에 충분하였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도 남중국해에서의 해양 분쟁에 대비하여 잠수함을 구입 또는 자국 건조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라 생각한다. 우리 해군도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1980년대부터 잠수함 확보를 추진하여, 현재 장보고-I급 잠수함과 장보고-II급 잠수함을 보유 중이다. 그리고 2020년부터는 국내기술로 설계ㆍ건조한 3천 톤급 중형잠수함인 장보고-III급 잠수함을 확보 예정이다.

장보고-III급 잠수함은 국내연구개발을 통해 고성능 AIP 시스템(공기불요추진체계)을 탑재하여 장기간 수중 작전이 가능한 잠수함이며, 잠수함의 핵심 장비인 전투체계, 소나체계 등도 개발함으로써 국산화 비율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를 통해 자주국방 구현을 위한 해군의 핵심전력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잠수함은 고가의 복합무기체계로서 수 만개에 이르는 장비, 부품, 자재들이 신뢰성 있게 통합되어 제 기능을 다할 때 비로소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기체계이다. 현재 이와 같은 잠수함을 설계·건조할 수 있는 기술은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극소수 국가만이 보유하고 있다. 장보고-III 잠수함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우리나라도 세계 몇 안 되는 잠수함 설계·건조 기술을 보유하는 나라가 된다.

올해 9월 장보고-III급 1번함인‘도산안창호함’진수식이 거제 옥포에서 거행되었다. 이번 진수식은 2005년 전력 소요가 결정된 이후 산·학·연·군·관이 일체가 되어 개념연구, 탐색/체계개발, 육상 시험시설 및 음향성능테스트을 활용한 탑재장비 성능 확인 등 약 15년 간의 연구개발 노력이 결실을 맺는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또한 진수식을 통해 우리의 국방과학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더불어 다양한 해양위협에 대한 억제 전력으로도 활용이 기대된다.

반면 최근에 조선 방산 업체들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조선산업 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있는 구조 조정으로 우수인력의 유출이 심각해지고 있으며, 국내 신용보증기관들의 보증한도 통제로 인한 자금 융통의 어려움도 겪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인력난과 재정난을 극복하며 수행한 연구개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시행착오’가 국민들에게는‘방산 비리’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조선업체의 방위산업 참여 의욕은 감소될 수 밖에 없으며, 정부의 의사결정과 연구기관의 참여의지 역시 위축되고 경직될 수 밖에 없다. 자주국방 구현이라는 목표달성 및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정부가 방산업체를 지정하여 보호하고, 업체는 희생을 감내하며 국산화에 노력하던 역동성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성실한 노력에 대한 실패를 인정해주고, 규제완화를 완화할 수 있는 국방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여야 하고, 업체는 어려운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와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다행히 도산안창호함 진수식과 연계하여 산·학·연·군·관이 모두 모여 국방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한다고 하니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첫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은 이제 진수식을 마치고 약 18개월 동안 아직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최초의 시험평가를 거친 후에 해군에 인도된다. 이 기간 중에 국내에서 개발된 많은 장비들이 통합되고 연동하면서 제 기능이 발휘되는지 검증받게 된다. 최초이기에 예상치 못한 수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세운 목적이 옳은 것이라면 언제든지 성공할 것이다.’라는 안창호 선생의 신념처럼, 연구개발 기간 동안 산·학·연·군·관이 일심동체 되어 난관을 극복해 왔듯이 ‘도산안창호함’도 거센 풍랑과 파도를 이겨 목적지에 온전히 도착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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