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을 조짐인 가운데 이를 타개할 해법에 이목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정상간 '톱다운' 해법 전 일본과의 외교적 물밑조율과 국제사회에 대한 여론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해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 시점이 내년 초에야 가능할 걸로 보이지만 일본이 선제공격을 했다"며 "일본 외무성 차원의 결정이 아닌 그 윗단에서 추진하는 의도적 조치일 수 있어 해법을 찾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 진단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자민당이 오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제고 등 대내 정치적 목적으로 한일관계를 의도적으로 다루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만큼 갈등을 풀 계기를 찾는 게 쉽지 않으리란 관측이다.
여기에 최근 일본의 '보복 수위'가 높아지는 점을 볼 때 선거 후에도 일본이 갈등을 계속해서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 교수는 "최근 일본의 확전양상을 볼 때 이달 말 참의원 선거 이후에도 일본의 압박이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양 교수는 “일본의 불신을 불식시킬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그는 "지난달 우리 정부의 '징용기금 조성안' 발표 후 일본과의 갈등이 더 심화된 측면이 있다"며 "우리 정부가 '플러스 알파'를 담은 제안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 지난달 19일 일본 정부에 일본 전범 기업과 한국 기업이 낸 출연금으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안을 발표했으나 일본 측은 즉각 이 같은 방안을 거부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톱다운 방식의 해법도 필요하지만 결국 한일 양국 부처간 사전작업이 필요하다"며 "지난달 (한일 기업 출연금 관련) 한국 정부안을 일본이 수용하지 않은 만큼 물밑조율을 해 일본이 수용할 수 있는 안을 내놓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제사회를 향한 여론전과 미국의 중재도 갈등을 풀 현실적인 방안으로 거론된다. 한일갈등이 미일 동맹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과 일본의 통상압박이 국제사회의 자유무역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여론'을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 역시 현재와 같은 한국에 대한 통상압박이 장기적으로는 국제사회에서 역풍을 맞을 자충수가 될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는만큼, 이 가능성을 통해 한일관계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양기호 교수는 "일본도 미일관계 등에서 불안한 분위기가 있는만큼 곤란한 위치"라며 "국제사회 역풍이 거세지고 일본 내부에서도 반발기류가 커지면 한일관계 갈등 완화를 촉질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