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외신에 연달아 '한국 비판 기고문'을 게재한 뒤 외교부가 미국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반박하는 글을 실으며 국제여론전에 나섰다.
WSJ는 6일(현지시간) 온라인판 및 7일자 지면에 '일본이 한국과의 협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제목으로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의 독자 투고를 실었다. 기고에서 김 대변인은 한국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준수해왔으며, 대화에 임할 준비가 돼 있음에도 일본이 한국과의 대화를 거부한 채 무역을 통해 보복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우리는 한일청구권협정을 성실히 준수하면서도 한국 대법원의 판결(지난해 10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을 이행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우린 협정을 위반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했다. 또 "문제의 핵심은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와 그들이 과거사를 온전히 받아들이길 거부한다는 점"이라고도 밝혔다.
일본 정부가 최근 국제사회 여론을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해 외신에 잇따라 관련 기고를 게재한 데 대한 대응조치로 풀이된다. 고노 외무상은 지난 4일 블룸버그와 5일 태국 영자지 방콕포스트 오피니언란에 '일본과 한국 사이의 진짜 문제는 신뢰'라는 제목으로 한일갈등이 한국 정부 탓이라는 내용의 동일한 글을 게재했다.
고노 외무상은 기고에서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 합의를 일방적으로 폐기했다고 주장하고 "양국이 지금 직면한 문제의 핵심"이라고 했다. 또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로 한일 관계가 경색되고 있으며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가 징용 배상 판결과 무관하다는 입장도 반복했다.
지난달 23일엔 오스가 다케시 외무성 보도관 명의의 WSJ 독자 투고를 통해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인철 대변인은 지난 5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의 일방적인 주장에 저희가 동의하지 않고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차 말씀드렸다"며 "관련 기고 등에 대해서는 저희가 적절히 조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한편,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도 TV아사히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또 다시 '한국 책임론'을 폈다. 교도통신은 스가 관방장관이 "협정을 보면 청구권이 '최종적이고 완전히 해결됐다'고 적혀 있다"며 "한일청구권협정은 조약이다. 조약은 행정·입법·사법부를 포함해 그 나라의 모든 국가기관에서 준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기본인데 (한국 측이) 거기서 벗어났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