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정위 "김범석, 쿠팡 실질적 의결권 행사" 총수로 가닥

박종진 기자
2021.04.27 11:59

[the300]공정위, 국회 정무위 민병덕 의원실 제출 자료서 조목조목 답변

김범석 쿠팡 의장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쿠팡의 총수(동일인) 지정이 임박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해석을 국회에 전달했다.

혁신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쿠팡에만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법리에 따라' 김범석 의장을 쿠팡의 총수로 지정할 전망이다.

(☞본지 4월21일자 1면 보도 [단독]"쿠팡 총수는 김범석"···공정위, 첫 '외국인 총수' 지정 무게 참고)

공정위 "동일인=사업내용 지배자, 김범석=실질적 의결권" 판단

27일 공정위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범석 창업자는 쿠팡의 총수냐'라는 질의에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이란 '특정 기업집단의 사업 내용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쿠팡의 동일인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현재 검토 중에 있어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면서도 김 의장이 쿠팡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는 '김 의장은 쿠팡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가'라는 이어진 질의에 "김 의장은 쿠팡Inc(쿠팡 모회사) 지분을 10.2% 보유하고 있지만 1주당 29개의 의결권이 부여된 가중의결권을 보유하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76.7%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의장은 쿠팡Inc의 CEO(최고경영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 중이며 국내회사 쿠팡㈜에서는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라고도 지적했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오픈마켓 사업자와의 자율 제품안전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4.22/뉴스1
쿠팡 해외 사업에 지장? 공정위 "삼성도 총수 있다"

또 공정위는 쿠팡이 뉴욕 증시에 상장해 미국 당국에 경영을 공시하는데 공정위가 총수로 지정할 경우 이중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일부 비판에는 "미국 공시와 우리나라의 경제력 집중 억제시책은 규제 목적 등이 상이하므로 이중규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면 쿠팡에 재벌 이미지를 각인해 해외 사업 등에 지장을 주지 않느냐는 질의에도 "현재도 삼성 등이 총수 있는 기업집단으로 지정되고 있지만 총수 유무가 해외 진출이나 해외 투자 유치에 유의미한 영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김 의장이 외국 국적자라는 점 때문에 그동안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하지 않던 관행에 어긋난다는 지적에도 해명했다. 공정위는 "공정위는 에쓰오일, 한국지엠(GM) 등 외국계 기업집단에 대해 최상단의 국내회사를 동일인으로 판단한 바 있다"며 "이는 국내에서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목적, 외국인에 대한 규제 집행의 실효성 등을 감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본사가 해외에 있고 김 의장의 국적이 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쿠팡이 대부분 매출을 국내에서 올리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IT(정보기술)기업으로서 이미 총수로 지정된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와 형평성 문제에는 "정책의 일관성, 형평성을 위해 다른 집단의 판단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소유지배구조나 기업내부 의사결정과정이 기업집단마다 매우 상이한 측면을 고려할 때 기존 사례 외에도 해당기업집단의 특성도 충분히 고려해 동일인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 가능성에 업계 강력 반발…원점 재검토한 공정위, 29일 발표

공정위는 29일 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및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각 그룹의 총수 지정을 발표한다. 쿠팡은 이번에 처음 자산총액 5조원을 넘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예정인데 공정위는 쿠팡의 총수를 누구로 지정할지를 두고 고심해왔다.

애초에 공정위는 쿠팡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김범석 의장의 국적이 미국인 점을 고려해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할 계획이었다.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전례가 없고 외국인이 총수인 경우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등) 규제 등 제재 실효성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으로 외국계 기업인 에쓰오일, 한국GM은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법인을 지정)으로 지정된 상태다.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월22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극복을 위한 손실보상 및 상생에 관한 특별법안 발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22/뉴스1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일부 경쟁업체와 유통업체 등이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특히 네이버 사례를 거론하며 쿠팡에 '외국인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이해진 네이버 GIO는 공정위에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공정위는 '그룹 지배력'을 이유로 이 GIO를 총수로 지정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여론 등을 고려해 당초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면서 사후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리에 충실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하는 만큼 최종 지정 여부는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IT기업 등 신성장 기업을 1980년대에 만들어진 총수지정제도로 규제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관련 개선안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민병덕 의원은 김 의장 총수 지정 여부와 별개로 공정위의 정확한 판단과 제도개선책 마련을 주문했다. 민 의원은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공정위가 현행 법에 따른 명확한 결론을 내길 기대한다"며 "이번 기회에 새로운 산업 발달 측면에서 기존 동일인 지정제도가 개선할 점은 없는지도 중장기과제로 종합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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