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수위 '선제타격론'? 김성한 전 차관 "내가 민간인 때 쓴 글"

김지훈 기자
2022.03.27 16:13

[the300]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제공) 2022.03.10. *재판매 및 DB 금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간사인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이 4년전 자신의 학술 논문에서 북측이 최근 반발하고 있는 '선제타격' 네글자가 그대로 들어갔던 것에 "제가 민간인 때 쓴 글"이라며 선을 그었다. 인수위가 '윤석열 대북정책'을 두고 "강경정책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는 입장을 지난 24일 밝힌 것을 감안하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대북 메시지 표현의 수위를 정밀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당선 이후 공개석상에서 선제타격 발언에 나서지 않았다.

윤 당선인의 외교 행보는 대광초 동창인 김 전 차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선 외교안보 관련 공약·발언에서 김 전 차관의 논문과 사실상 판박이같은 부분이 나온다. 심지어 윤 당선인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전화통화를 할 때 사용했던 핸드폰도 김 전 차관의 것이었다.

사진=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의 '대북 비핵화 외교 평가와 한국의 안보정책 방향' 논문 캡처. 밑줄은 기자가 표시.

김 전 차관은 북한이 4년4개월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이튿날인 25일부터 26일까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으로부터 국방백서 상에 '선제타격'을 글자 그대로 넣을지 등 질의를 받고 "민간인 때 쓴 글을 인수위에 적용시키는 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우리 국방백서에는 선제타격 옵션을 북측 반발을 감안해 '전략적 타격'으로 순화해 들어가 있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은 2018년 '대북 비핵화 외교 평가와 한국의 안보정책 방향' 논문에서 "한국으로서는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억지(deterrence)-선제타격(preemption)-방어(defense) 간 균형'에 입각한 군사적 대비 태세(military posture)를 견지해야 한다"라며 선제타격을 그대로 넣었다. "선제타격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라는 내용도 썼다. 윤 당선인의 후보 시절 '대북 선제타격 능력 강화' 발언·공약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김성한 외교통상부 2차관.

김 전 차관은 비핵화 구상에 대해서는 "기본 전제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불가역적(不可逆·돌이킬 수 없는) 조치를 보여주기 전까진 대북 제재 완화나 남북경협의 본격화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는 구상도 논문에 기술한 적이 있다. '불가역적 비핵화'도 북측이 민감해하는 표현이다.과거에 북측은 미측과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불가역적'이라는 조건을 제시받고 "패전국에 강요할 표현"이라는 취지로 반발한 적이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전날인 24일 발사한 미사일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발사 명령을 하달하고 현장에 참관해 발사 전과정을 지도했다고도 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이와 관련해 김 전 차관은 "불가역적 비핵화는 결국 완전한 비핵화를 뜻한다"라며 "이런 용어는 강경책이고, 형용사를 뺀 비핵화는 온건책으로 해석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확대 해석을 경계한 듯한 표현이지만 윤 당선인 참모진이 '대북 메시지' 수위를 고심하고 있는 신호라 해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전 차관이) 그게(불가역적) 갖고 있는 (북한의 반발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계시는 것"이라며 "MB(이명박 정부 때) 정권 때 초기 대북 메시지 관리가 잘 안되면서 북한이 초반부터 반발했던 것을 감안하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인수위는 24일 '대북 강경정책'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는 한편 북측의 ICBM 발사를 겨냥해 "도발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성명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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