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라가 먼저 준 양육비, '부처 칸막이' 뚫어 회수한다

안채원 기자
2024.02.14 15:35

[the300][MT리포트] '배드 페어런츠', 이제 국가가 나선다②

[편집자주] 아이는 돈 없이 키울 수 없다. 하지만 갈라선 뒤 양육비를 주지 않는 이른바 '나쁜 부모들'(bad parents, 배드 페어런츠)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에 국가가 양육비를 먼저 대준 뒤 비양육 부모에게서 받아내는 방안이 추진된다. 대선 때 약속을 지키겠단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2024년 설 명절 영상 메시지 촬영에 함께한 대통령실 직원 자녀들을 격려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관섭 비서실장. (대통령실 제공) 2024.2.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윤석열 대통령이 양육비 국가 선지급제를 실현하기 위해 그동안 참모들에게 강조해 왔던 '부처 칸막이 해소'에 적극 나선다. 정부는 선지급 양육비의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국세청 등 개인의 소득 정보를 가지고 있는 기관과 여성가족부 등 지원금 지급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국가가 선지급한 양육비를 '배드 페어런츠'(bad parents, 나쁜 부모들)로부터 회수하는 비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여가부 등 유관 부처와 논의 중이다. 대통령실은 지원금을 지급하고 회수해야 하는 여가부가 다른 부처들로부터 회수 대상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받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윤 대통령이 그간 강조해 온 '부처 간 칸막이 해소'와 맞닿아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참모들에게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협업해 좋은 정책을 발빠르게 만들라는 지시를 꾸준히 해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새해 첫 주례회동에서도 "올해는 과제를 중심으로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협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인사교류, 예산지원 등 구체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우리나라 공무원 사회가 경직돼 부처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아 획기적인 정책이 발굴되지 못하거나 실현되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같은 기조에 발맞춰 올해 업무보고 형식도 하나의 부처가 대통령실에 찾아와 집중 보고하는 방식이 아닌, 포괄적인 한 주제를 두고 관련된 여러 부처가 준비된 내용을 토론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형식으로 바꿨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관계자는 "부처 내의 노력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정책적 난제들을 풀어내기 위한 컨택포인트(접점)가 바로 대통령실"이라며 "양육비 선지급제 역시 주무 부처인 여가부의 힘만으로는 풀어내기 어려운 문제들이 존재해 대통령실에서 적극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육비 지원 주체인 여가부와 협력했을 때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관으로는 국세청 등이 꼽힌다. 국세청은 세금 징수를 위해 개인의 소득과 관련한 정보를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양육비 미지급자 명단을 별도로 관리하다가 이들에게 소득이 발생할 경우 즉시 여가부에 통지한다면 여가부가 해당 금액에 대해 구상권을 곧바로 청구할 수 있다.

그간 선지급제 실현의 가장 큰 장벽으로 꼽혔던 낮은 회수율 문제가 해결될 경우 사실상 선지급제는 8부 능선을 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가 현재 운영 중인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제도'의 지원금 회수는 여가부 산하 기간인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전담하고 있는데, 회수율은 약 15%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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