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채해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 수사 절차를 좀 더 투명하게 하고 책임소재도 분명히 하고 싶었다."
지난달 31일, 2024년 마지막 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다른 30여개 법안과 함께 통과된 군사법원법 개정안에 대해 이를 대표발의한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연말 본회의에서는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의 국정조사 실시계획서 채택 등 굵직한 안건들이 대거 처리되면서 일반 법안들의 국회 통과는 상대적으로 눈길을 덜 끌었다.
지난 2023년 7월 수해로 인한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채해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사건과 관련, 민주당 등 야권은 사건 초동 수사와 해병대·경찰 간 수사기록 이첩 과정에서 대통령실, 국방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봤다. 현재 이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으로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2022년 7월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군인이 죽거나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 범죄에 대해서는 민간법원이 재판권을 갖게(2조) 돼 있다. 또 군검사와 군사법경찰관은 범죄 수사 과정에서 재판권이 군사법원에 있지 않은 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건을 대검찰청, 공수처, 경찰청 또는 해양경찰청에 이첩(228조)해야 한다. 당시 사건 수사 기록이 경찰청에 이첩됐다 다시 회수되는 과정이 논란이 됐다.
정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 대해 "해병대원 순직사건에서 수사 외압 논란으로 군 사법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일었다"며 "수직적 상하관계로 사건의 은폐가 일어나기 쉬운 군 조직의 특성을 고려, 국방부 장관과 각 군 참모총장의 구체적 사건 지휘, 감독에 대해서 '서면'에 의한 지휘와 감독이 이뤄지도록 이를 명문화하고 군검사의 수사직무 독립성을 보장하는 규정을 두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군의 상부가 구체적 사건 수사 관련 지시를 내릴 때 반드시 서면으로 명시하되, 긴급한 사정으로 구두나 문자에 의해 지시가 오가더라도 24시간 내 사건 지휘관에게 서면을 전달하도록 했다. 수사 지휘, 내용 전달 과정 전반을 투명하게 기록으로 남겨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자는 취지로 해석됐다. 또 군 지휘부의 해병대 수사단을 향한 물밑 압박도 막을 수 있단 판단이었다.
개정안은 아울러 군사경찰의 수사직무 범위에 재판권이 군사법원에 있지 아니한 범죄를 인지해 이첩하는 과정까지 포함시켰다. 일선 군 수사단의 사건 이첩에 관한 판단을 존중받게 하기 위함이었다.
아울러 군검사 등이 군의 수사권이 없는 범죄를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민간에 이첩하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에 수사 과정 전반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지 않도록 했다.
이밖에 군으로부터 사건 이첩이 지연될 경우 공수처 등 민간 수사기관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새로 넣었다.
채해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야권에서는 주로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특별검사법안) 처리에 집중했었다. '채해병 특검법'은 21대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었지만 여야 극한 대립 속 모두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자동 폐기됐다.
정 의원은 특검법 관철도 중요하지만 만약 현행법에 허점이 있어 채해병과 같은 사례를 막지 못한 것이라면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봤다.
정 의원은 "채해병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만큼 군 내 수사외압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군 사법환경 조성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이번 법 개정안 통과로 군 내 성폭력 또는 사망사건 등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