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상속세제 재편 논의에 다시 들어갔다. 집값 급등과 함께 불어난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상속세 공제 한도 확대를 검토하자 여당은 '정부안'이었던 유산취득세 전환 방안으로 맞불을 놨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도층 공략에 나선 야당을 견제한다는 성격도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당 정책위원회에서 (상속세법 개정을) 논의 중인데, 상속세를 손봐야 한다는 것은 우리 당이 먼저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도 부담이 안 되고 기업 부담도 안 되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개인의 상속세 (부담)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상속하면 (세 부담으로 인해) 지배구조 문제가 생기고 중소기업도 제대로 이어지지(가업 승계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 여당은 현행 상속세제가 부의 재분배 원칙을 뛰어넘어 재산을 물려받는 상속인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이유로 재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경영권을 포함한 기업의 지분 상속의 경우 과도한 세율을 적용해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까지 저해하고 있고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중산층까지 부담이 커졌다는 비판을 내세워 상속세제 개편을 주장해왔다.
정부·여당의 상속세 개편 방안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게 현행 유산세 과세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유산세는 재산을 물려주는 '피상속인'을 중심으로 몰려준 재산 총액에 과세하는 것이고, 유산취득세는 각각의 상속인이 물려받은 재산에 과세하는 방식이다.
유산세 방식의 경우 상속인이 전체 유산 규모에 따른 상속세율을 적용받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은 각자 물려받은 재산 총액 기준으로만 세금을 낸다. 정부가 유산취득세를 밀어붙이는 건 개인이 물려받은 자산만큼 세금을 내는 것이 합리적이란 판단에서다.
아울러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은 증여세 존재와 무관하게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자본이득세는 상속자산을 처분하는 시점에 과세가 이뤄진다.
또 여당 일각에선 상속세 개편 구상 중 하나로 증여세와의 통폐합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학계에선 개인이 피상속인 생전에 받은 증여와 사후 상속받은 재산을 합산해 과세하는 방식(누진 합산 과세)이 거론된다. 다만 당 전략의 핵심 관계자는 "아직 상속세-증여세의 통폐합을 논의한 적은 없다"고 입장을 내놨다.
여당의 상속세 개편 논의가 민주당의 우클릭 행보를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은 최근 소득세법, 상속세법 개정 논의에 들어갔다. 구체적으로 최근 원내부대표인 임광현 민주당 의원(정책위 상임부의장)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중점으로 개정을 논의 중이다. 상속세 일괄 공제를 현행 5억원에서 8억원으로, 배우자 공제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높이는 게 골자다.
여야 모두 집값 급등으로 세 부담이 늘어난 중산층 이상 계층의 표심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0일 열릴 여·야·정(여당·야당·정부) 국정협의체에서 상속세법 개정이 논의테이블에 오를지는 미지수이지만, 앞으로 여야에서 선거용 감세정책이 쏟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회 기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상속세·증여세 통폐합 의견도 있지만 아직 당내에서 정리된 것 아니다"라며 "대선이 현실화할지 모르겠지만, 여야에서 표심을 겨냥한 세제 개편 등 여러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