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 10명 중 9명 "일본과 관계 중요...단 과거사 사과는 부족"

김인한 기자, 이승주 기자
2025.02.28 03:53

[the300][MT리포트] 초일(超日)의 시대③ 머니투데이-한국갤럽 '2025년 대일 인식조사'

[편집자주] 을사늑약 120주년, 해방 80주년, 한일수교 60주년. 2025년 일본은 더 이상 한국을 억압하는 강자가 아니다. 한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이미 일본을 넘어섰다. 일본 여행과 문화를 즐기는 2030세대에게서 피해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반일(反日), 친일(親日)의 이분법을 넘어 일본을 단지 가까운 협력 파트너로 초연하게 바라보는 '초일'(超日)이 미래세대의 대일관이다.
한국갤럽-머니투데이 2025년 대일 인식조사, 경제·외교 측면 한일관계 중요도 /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9명은 일본과의 경제·외교적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동시에 10명 중 9명 가량이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충분히 사과하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다. 협력이란 당위와 과거사에 따른 감정이 만들어낸 딜레마다.

한일 전문가들은 역사를 직시하면서도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양국이 90% 이상 동일한 입장을 낼 정도로 전략적 이해관계가 잘 맞고 저출생·고령화 등 공통 난제를 마주하고 있는 만큼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포괄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제106주년 3·1절을 앞두고 지난 20~21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5년 대일인식조사'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유·무선 RDD 표본 무작위 추출, 전화조사원 인터뷰,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10.7%)

조사에 따르면 '경제 분야에서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응답은 87%로 조사됐다. '외교 분야에서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답변은 88%였다.

반면 과거사에 문제에 대해선 87%가 일본이 충분히 사과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과거사 문제가 언제든 다시 한일관계 악화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역사왜곡'으로 사과 진정성 의심…과거사 간극 어떻게 좁히나
한국갤럽-머니투데이 2025년 대일 인식조사, 일본의 과거사 사과에 대한 견해 /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일본이 일왕이나 총리 자격으로 한국에 과거사 관련 공식 사과를 하거나 유감을 표명한 것은 50여차례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가 1983년 과거사에 대해 첫 유감 표명을 했고, 1984년 히로히토 일왕이 "양국 간 불행한 과거는 진심으로 유감"이라고 말했다.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는 1993년 일본을 강제징용, 위안부 등에 대한 가해자라며 반성과 사죄의 뜻을 밝혔다.

1998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가 일본 정부의 사죄를 문서화했다. 2010년 간 나오토 일본 전 총리는 한국 식민지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아베 신조 전 총리도 실제로 19차례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을 했지만 동시에 역사왜곡 발언을 하면서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받게 됐다.

윤덕민 전 주일대사는 "일본의 전쟁세대는 한국에 미안함을 가지고 있지만 그 세대는 가버리고 할아버지에게 전쟁 경험을 들은 세대가 온 것"이라며 "일본은 할아버지의 세대 문제를 언제까지 한국에 사과해야 하느냐는 분위기인 것이고 우리는 일본이 계속 사과해야 한다며 양국의 감정적 간극이 넓어진 것"이라고 했다.

윤 전 대사는 "우리도 일본이 사과할 때마다 '전혀 진정성이 없다'며 받아주질 않았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응이 달라지다 보니 일본 입장에선 우리나라의 요구나 태도를 신뢰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국의 노력이 필요하고 역사 문제가 한일관계 논의의 장을 과하게 지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김원진 한국외교협회 이사(전 국립외교원 일본 고문)는 과거사 만큼은 일본의 전향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사과는 피해자가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할 때까지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것"이라며 "미안함과 동시에 배상하고 미래에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연계된 행위가 필요하다"고 했다.

가토리 요시노리 일한문화교류기금 이사장은 과거사 문제 관련 사견을 전제로 "젊은세대가 심정적으로 가까워지더라도 역사 문제라는 불안정 요인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일본 정부 차원에서 한국 정부의 노력에 호응하는 조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 정부의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에 따라 과거사 평가를 달리하지 않도록 '사회적 협의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정치 상황과 분리된 '대일 외교'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저출생·고령화 등 난제 해결 협력부터 시작"
조태열 외교부 장관(왼쪽)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가운데),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대신과 만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했다. / 사진=뉴스1

외교부에 따르면 매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찬반을 묻는 결의안에서 한일 양국은 90% 이상 의견이 일치한다. 일본과 전략적 이해관계가 유사한 만큼 한일관계가 글로벌에서 협력한다면 국제사회의 '공공재'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일이 국내적으로 마주한 국가적 난제도 거의 유사해 협력 시너지가 나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즈키 마사토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일한교류실장은 "국제정세의 변화와 한일관계의 구조적 변화 속에 공통이익이 많다"면서 "그중에서도 저출생·고령화 문제가 양국에서 심각한데 한일이 협력하면 난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즈키 실장은 "일본 오카야마현 나기초 마을 출생률이 2018년 2.95명을 기록했는데 육아지원 시스템 등을 한국의 대구시와 전남 영광군이 벤치마킹했다"며 "일본도 한국으로부터 경제와 사회 문화 분야 등에서 배울 수 있는 만큼 양국이 미래 지향적 협력만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대학·고등학교 등 교육기관 간 역사 교류 △문화·스포츠 교류 △지역 재생·활성화 △재해방지·재해대응 등에서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산업 분야에선 이미 광범위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 LG와 일본 혼다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리튬전지 합작 공장을 만들었다. 또 양국 기업이 파나마에서 모노레일, 인도네시아에서 LNG(액화천연가스)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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