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가 봉이냐"는 이재명…'중산층 감세-세수결손' 딜레마 풀까

이원광 기자
2025.03.06 17:20

[the3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열린 야5당 공동 내란종식 및 민주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근로소득세(이하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과 과세표준 구간 조정 등 중산층을 겨냥한 세 부담 완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세수 결손 문제와 함께 중산층이 체감하는 세금 감면 효과가 적다는 당내 부정적인 반응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월급쟁이들을 위한 소득세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세수결손 우려를 최소화하면서도 중산층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세제 개편 방안을 도출할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근로소득세 과세합리화 방안 모색' 토론회 축사를 통해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국민의 삶은 팍팍해진다"며 "물가 상승에 따른 소리 없는 증세인 근로소득세 부담이 지속적으로 커지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달 18일에도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월급쟁이는 봉인가"이라며 소득세 개편의 불씨를 지폈다. 이 대표는 "물가 상승으로 명목임금만 오르고 실질임금은 안 올라도, 누진제에 따라 근로자 세금은 계속 늘어난 결과"라며 "초부자들은 감세해주면서 월급쟁이는 사실상 증세한 것인데, 고칠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민주당 월급방위대 간사인 임광현 의원에 따르면 2023년 1인당 근로소득 증가율은 전년 대비 2.8%인데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로 조사됐다.

민주당이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 논의에 나선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소득세 물가연동제란 물가상승분만큼 소득세 과표구간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물가연동제가 도입되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돼 세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임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보이지 않는 증세에 대해 시스템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은 소득세 물가연동제의 점진적 도입"이라며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38개 회원국 중 22개국이 물가연동제를 운영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기와 방식을 고려할 때 물가연동제 설계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프로젝트"라며 "중장기적 과제로 물가연동제를 검토하면서 이 기회에 복잡한 연말정산의 각종 공제 제도도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설 연휴가 끝난 지난 1월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우리나라의 납세자 비율은 최근 많이 올라와서 65% 정도가 된다"며 "영국의 경우 90%가 넘고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는 미국 등 대부분 국가들은 최소 80%가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소득세 하위 과세표준 구간 조정안도 들여다 보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대표 발제에 나선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과표 구간 조정에 대한) 의견들이 나와서 (추산을) 했다"며 "감세 효과가 너무 큰데 조절해도 연 3조원 정도"라고 말했다.

해당 조정안은 △소득세 세율 6%에 해당하는 과표 구간을 기존 '14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높이고 △세율 15%에 해당하는 과표 구간을 기존 '14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에서 '1500만원 초과 5300만원 이하'로 상향하는 안이다. 근로소득자 1126만명이 평균 15만원씩 모두 1조7105억원, 종합소득자 528만명이 평균 19만원씩 총 1조38억원의 세부담 완화 혜택을 볼 것으로 분석됐다.

민주당은 소득세 기본공제액을 현행 150만원에서 170만~180만원으로 높이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에 대해 당내에서 대체로 이견이 없지만 국민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기본공제 상향안은 해도 별로 여파가 없고 사람들이 잘 못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이제 여론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본다"며 "기본공제액을 200만~300만원으로 올려야 된다는 의견도 있고 소득세 감세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여론을 보고 여기에서 나오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민주당의 소득세 개편 논의 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은 세수결손에 대한 우려다.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이 작성한 '근로소득세 현황 및 과세합리화 방안'(이하 과세합리화 방안)에 따르면 2023년~2024년 총 87조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했다. 올해도 저조한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법인세수 감소 우려 등에 비춰볼 때 세수결손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국회 미래연구원장을 지냈던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지금 우리나라는 세수 부족이 우려되는 반면 재정 지출 소요는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중산층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은 일리가 있는 얘기인데 세수를 줄이는 방향의 제도 개선보다 재정 지출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면세자 계층이 약 40%인데 이렇게(감세) 되면 정부의 재정 지출을 공짜로 생각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며 "포퓰리즘 정책을 곳간에서 빼먹듯 쓰기보다는 국민들이 불편하지만 꼭 해야 하는 개혁을 할 때 함께 추진해서 국민 충격을 완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송언석 위원장이 이른바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안건을 의결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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