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심리가 사실상 마무리되고 최종 선고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용, 기각, 각하라는 3가지 선택지가 있지만 헌재가 이 가운데 어떠한 판단을 내리든 정치적으로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12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최종변론 이후 15일째 숙의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선고일로 오는 14일이 유력하게 전망됐지만, 헌재가 통상 2~3일 전 고지하던 선고일을 아직 밝히지 않았고 오는 13일에는 최재해 감사원장 등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가 예정돼 있어 다음주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오는 18일에는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당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변론기일이 잡혀있다. 사건의 중대성, 시급성을 고려하면 헌재 일정이 비어 있는 17일, 전직 대통령 사건을 모두 금요일에 선고했다는 점에서는 21일 선고도 가능할 걸로 전망된다. 금요일 선고 이후 주말 사이 집회·시위가 과열될 우려 등을 감안한다면 목요일인 20일 선고를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헌재엔 인용, 기각, 각하 등 3개의 선택지가 놓여있다. 인용을 결정할 경우 윤 대통령은 즉각 파면되고 서울 용산 한남동 관저에서 퇴거해야 한다. 대통령 당선 전 거주하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경호동 설치 등의 문제가 있는 만큼 즉시 퇴거 절차가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파면될 경우 윤 대통령은 그동안 불소추특권 때문에 미뤄진 군사반란 등의 혐의에 대해 수사를 받게 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다시 구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파면 결정이 내려지면 정치권은 조기 대선 국면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상 대통령 궐위 시엔 60일 이내에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한 달 이내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경우 오는 26일로 예정된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재판 결과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결국 '이재명 대 반이재명' 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여권에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이 경선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파면이 되더라도 불구속 상태에선 적극적으로 여권의 대선 경선에 개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형사 재판이 없는 날엔 당에선 선출된 대선 후보와 함께 전국을 다니며 지지 유세를 벌이는 시나리오도 예상할 수 있다.
반면 헌재가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내린다면 윤 대통령은 바로 직무에 복귀한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NSC(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안보태세를 점검하고 4대 개혁(교육·노동·연금·의료) 등 밀린 현안 정리와 탄핵정국 이후 국정 정상화에 대한 구상 등을 골자로 하는 기자회견 등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 정국 동안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고위공직자수사처 등 사정기관에 대한 개혁 의지를 밝힐 수도 있다.
미국 방문 등 해외순방을 통한 국면전환을 노릴 가능성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집권 이후 거세지고 있는 관세 등 통상 갈등 해소를 위해서라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 야당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정 동력을 완전히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윤 대통령과 여당이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을 추진하는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다. 개헌에 성공한다면 1987년 이후 처음으로 개헌을 이끌어낸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수도 있다. 이는 여권의 잠룡들이 대선을 차분히 준비할 수 있는 시간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꼽힌다.
문제는 헌재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 국론 분열에 따른 사회적 대립과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미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극명하게 나뉘어 매 주말 마다 서울 광화문과 시청, 헌재 일대에서 집회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당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극단적인 폭력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당시 과격한 시위대가 경찰 버스를 탈취해 차벽을 들이받고 그 과정에서 떨어진 시설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를 우려한 여야 정치 원로들은 지난 10일 국회에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5일엔 내 7대 종교 지도자들로 구성된 사단법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도 "헌재는 대한민국의 최후의 보루로서 공정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그리고 우리 국민, 정부, 정치권 모두는 그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여야 4당은 탄핵선고일 한 달 전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헌재 판결에 승복한다는 구두 합의에 도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