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악영향"…美 민감국가 지정, 결국 15일 발효

김인한 기자, 안채원 기자
2025.04.14 16:32

[the300] 외교 1차관 "지정 해제에 시간 걸릴 수도…한미 실무협의 진행 중"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문제와 관련 긴급 현안보고 및 질의를 위해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 사진=뉴시스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미국 에너지부(DOE)의 조치가 오는 15일(현시시간)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미 양국 간 과학기술 협력에 제약은 없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미 에너지부 산하 17개 국립연구소에선 이미 한국과의 연구협력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 조치가 장기화할 경우 추후 있을지 모르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미 에너지부 내부 절차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해제에) 좀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미 에너지부 내부 규정이기 때문에 내일 발효 여부를 미국이 밝히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외적으로 (민감국가 명단 포함 여부를) 밝히게 돼 있지도 않고 그 리스트와 관련해 해당 국가들과도 논의가 된 게 아니다"면서 "현재로서는 한미 간 실무협의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했다.

외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최근 미 에너지부와 국무부 등에 민감국가 지정 해제 필요성을 설명했으나 미국 측으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감국가 지정 해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관련 조치는 오는 15일 발효된다.

미국 에너지부(DOE)가 지난 1월 한국을 정책적 관리가 필요한 '민감국가 및 기타지정 국가'로 지정했다. 민감국가 지정 사실은 지난 10일 국내 언론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고, 일주일 뒤인 17일 외교부가 미측으로부터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는 회신을 받았다. 사진은 DOE 전경. / 사진=미국 에너지부(DOE)

외교부는 지난달 17일 한국에 대한 미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지정과 관련해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 최하위 단계에 포함시킨 것은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DOE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국내 핵무장 여론, 비상계엄 여파 등의 이유가 아니라 국내 연구진의 보안상 문제가 원인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민감국가 지정과 관련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점으로 볼 때 단순 보안 문제가 아닌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DOE는 민감국가를 '정책적 이유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국가'로 규정한다. 특정 국가의 국가안보 상황이나 핵 확산 방지 또는 테러 지원 방지 등의 목적으로 민감국가를 지정할 수 있다고 DOE는 설명한다. 이 목록은 DOE 산하 정보기구인 정보방첩국(OICI) 등이 관리한다.

미 에너지부는 1981년 1월 우리나라를 정책적 관리가 필요한 민감국가로 지정한 바 있다. 당시 외교문서에는 '미 에너지부와 산하 연구시설을 방문하는 외국인들로부터 핵 관련 기술·민감기술, 시설 등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한국이 민감국가에 지정됐다고 명시됐다. 한국은 1994년 7월 민감국가 명단에서 제외됐는데, 지정부터 해제까지 약 13년이 걸린 셈이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설문조사 결과. / 사진=뉴시스

민감국가 지정으로 인한 각종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권성훈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지난 3일 보고서를 통해 "민감국가 지정에 대한 대응이 부족할 경우 한미 과학기술 협력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미 에너지부의 명시적 제한 외에도 국가 신뢰도 저하나 연구자 간 협력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협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민감국가 지정 사유가 원자력 분야에 있다면 이 분야의 한미 협력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민감국가 지정 효력은 미 에너지부와 그 산하기관에 국한되는 것이므로 외교·안보 분야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는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한국은 미국의 동의 없이 고농축 우라늄·플루토늄을 독자 생산하거나 사용후핵연료를 직접 재처리할 수 없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요한 것은 북핵 고도화에 대응해 핵무장 잠재력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핵무장 잠재력 확보란 당장은 아니라도 유사시 핵무장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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