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지향적 협력을 계속해나가야 한다"며 "양국 간 의미 있는 협력의 성과를 축적해나간다면 양국의 현안 관련 대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30일 오후 부산 해운대 동백섬 누리마루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하우스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이시바 총리의 유엔(UN·국제연합)총회 연설을 거론하며 "과거를 직시하고 밝은 미래로 가자는 나의 생각과 같다"고 말했다. 당시 이시바 총리는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어떤 나라도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밝은 미래를 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가 이날 고(故) 이수현씨 묘역을 참배한 데 대해 "한국과 일본 사이에 어떤 관계가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유학 생활을 하던 2001년 1월26일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졌다. 현직 일본 총리가 이씨의 묘소를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가 퇴임을 앞둔 것과 관련해선 "(양국의) 관계 개선의 성과와 기조가 유지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시바 총리가 지난 7일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다음달 4일 새 자민당 총재를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이 대통령은 또 이시바 총리에게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 정부의 긴장 완화 및 신뢰 구축 방안, 정책 구상을 설명하고 일본 측의 협력을 당부했다. 이어 양 정상은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금색 디자인이 들어간 넥타이를 맸다. 강 대변인은 "금색은 귀중함을 상징하는 색깔로 상대국인 일본 및 이시바 총리와의 관계를 귀하게 여긴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실무 방문 성격으로 방한했으나 국빈에 준하는 예우를 받았다. 이시바 총리 부부가 회담장으로 입장할 때 조선통신사 행렬을 재현한 취타대의 선도와 전통 의장대 도열이 있었다. 취타대는 전통 관악기와 타악기를 함께 연주하는 전통 군악대다.
한일정상회담 후 진행된 만찬장에는 한일 양국의 화합을 상징하는 음식들이 마련됐다. △이시바 총리의 고향인 돗토리현에서 즐겨먹는 대게와 가평 잣소스를 활용한 대게 냉채 △귀한 손님에게 대접했던 한국 전통의 보양식 재료인 민어와 오골계를 넣은 적 △두부와 생선살로 만드는 돗토리현의 전통 음식인 두부 치쿠와를 해석한 어묵튀김 △가을 숲의 향과 깊은 바다의 풍미를 함께 즐기는 가을 봉화 자연송이와 전복찜 △이 대통령의 고향 안동의 햅쌀과 한우 갈비찜 등이다.
후식으로는 △가을의 풍미를 담은 한국의 옥광밤 디저트 △일본의 전통 모찌 △메밀차가 준비됐다. 건배주는 막걸리, 만찬주는 일본의 전통주, 한일 국제부부가 만든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 와인,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개최지인 경주 법주였다. 청아한 소리가 좋은 기운을 불러온다는 삼국시대 방울잔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소리잔도 함께 제공됐다.
만찬장 뒤편에는 조선통신사 유물들이 디지털 화면을 통해 전시됐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해당 전시 내용과 조선통신사의 역사를 해설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오늘 정상회담은 한국과 일본만 서로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셔틀외교의 진수"라며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만큼 한국과 일본이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문화적으로, 안보상으로 정말로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이시바 총리에게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가급적이면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뵙자고 말씀드렸다"며 "흔쾌히 부산에서 양자회담을 할 수 있도록 동의해 주신 데 대해 각별히 의미를 부여한다"고 했다.
양 정상은 또 '한일 공통 사회문제 대응과 관련된 당국 간 협의체'를 가동키로 뜻을 모았다. 해당 협의체 운용 방안에 대한 공동발표문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국토균형성장 △농업 △방재 △자살대책을 포함한 한일 공통 사회문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기 위해 당국 간 협의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