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양국은 공통점이 참 많습니다. 국토가 협소하고 자원이 부족하고 지정학적 환경이 어렵긴 하지만 인적 자본과 개방된 자유무역질서를 토대로 참으로 놀라운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공통점을 강조한 것은 그만큼 '자유무역질서의 회복'이 절실하다고 판단해서다.
이 대통령은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로렌스 웡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며 "전략 환경 변화에 대응한 안보 협력, 자유무역질서 위기에 대응한 경제 협력 및 인적 교류,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한 인공지능(AI) 첨단기술 협력에 방점을 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눴다"며 "전세계 성장과 번영을 지탱해 온 국제질서가 흔들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 관계 발전의 핵심인 경제 협력과 인적 교류를 한층 강화·확장해 가기로 했다"며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FTA(자유무역협정) 개선과 한-싱가포르 FTA를 통해 역내 교역과 투자 활성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역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자유무역질서가 회복돼야 한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첨단기술과 핵심 원자재에 대한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또 다자무역체제에 대한 신뢰가 감소하고 각국이 상호 무역제한 조치를 추진하면서 불확실성을 높인다.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물론 세계의 공동 번영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이 21개 APEC 회원국 대표들과 만나 수차례 협력과 연대의 정신을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경북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첫 번째 세션 개회사에서 "자유무역질서가 거센 변화를 맞이하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무역 및 투자 활성화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는 국제질서가 격변하는 중대한 변곡점 위에 서 있다"며 "협력과 연대만이 우리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끄는 확실한 해답"이라고 밝혔다.
지난 29일 'APEC CEO(최고경영자) 서밋' 특별 연설에선 이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가 고개를 들며 당장의 생존이 시급한 시대, 협력과 상생, 포용적 성장이란 말이 공허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며 "그렇지만 위기의 상황일수록 역설적으로 연대 플랫폼인 APEC의 역할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객관적으로 통상국가다. 다자무역질서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차원에서 이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서 자유무역을 수차례 강조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체면을 세워줘야 했기 때문에 경주선언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분명한 지지 선언은 없지만 무역·투자에 대한 표현은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일 채택된 'APEC 정상 경주선언'은 올해 APEC의 3대 중점과제인 연결과 혁신, 번영을 기본틀로 무역·투자, 디지털·혁신, 포용적 성장 등 APEC의 핵심 현안에 대한 주요 논의를 담았다. 특히 문화창조산업을 아태 지역의 신성장동력으로 인정하고 협력 필요성을 명문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