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정책실장 "美반도체 관세 약속, MOU엔 없지만 팩트시트 포함"

김성은 기자
2025.11.04 11:00

[the300]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인터뷰①

/사진제공=대통령실 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직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향해 '매우 터프한 협상가'(very tough negotiator)라고 했을 때 이미 관세협상은 끝났습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한미 관세합의 세부협상을 타결했던 때를 떠올리며 이같이 밝혔다. 김 실장은 이재명정부 경제정책 최고 책임자로서 이번 한미 관세협상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그간 정부는 산업부를 중심으로 미국 상무부와 23차례에 걸친 장관급 회담과 일일이 세기 어려울 정도의 실무회의를 진행했다. 협상 막판엔 김 실장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직접 협상하는 등 대통령실, 관계부처가 그야말로 한몸이 돼 뛰었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29일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전 관세합의 세부협상을 타결했다. 이번주 내 관련 내용을 MOU(양해각서)·팩트시트에 담아 발표할 예정이다. 팩트시트란 양국 합의 내용을 그대로 나열하는 설명자료다.

3500억달러(약 500조원) 대미 투자펀드 중 2000억달러를 에너지, AI(인공지능), 첨단제조 분야 등에 투자하되 연간 200억달러 이하를 투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는 달부터 상호관세는 25%에서 15%로 낮춰 적용된다.

회담 전날 밤까지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한미 양국이 타결점을 찾은 것은 회담 당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측에서 제안이 오면서다. 한 두 시간 동안 상호간 빠른 의사 교환이 이뤄졌고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전 오후 1시쯤 'APEC CEO 서밋' 특별연설에서 김 장관을 '매우 터프한 협상가'라며 치켜세웠을 땐 이미 합의가 이뤄진 상태였다는 설명이다.

[경주=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1일 경북 경주 국제미디어센터(IMC) 중앙기자실에서 엔비디아 및 IMF 접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10.31. bjko@newsis.com /사진=

한국 협상팀은 협상 초기 2000억달러의 투자금을 전액 선불로 요구했던 미국 행정부에 대응해 연 250억달러, 연 200억달러 수준까지 점차 연도별 분납금을 낮춰갔다. 일시에 2000억달러의 투자금이 빠져나간다면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위기가 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김 실장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 외환시장이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규모가 1년에 150억~200억달러 사이'라고 가이드를 줬던 게 협상에 많은 기여를 했다"며 "중앙은행의 정밀분석이 도움이 됐고 이를 토대로 미국 재무부도 설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미투자 연 최대 200억달러의 한도는 우리 외환시장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당장 세부협상이 타결되기 전과 이후의 원/달러 환율 움직임이 이를 말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극도로 신경썼던 것은 외환시장에서 우리의 감내 가능성이었다"며 "한국은 제조업에서 강한 나라지만 외환시장 측면에서는 강한 나라가 아니다. 이 점을 미국 측에도 설명했다"고 했다.

실제 지난달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5.2원 내린 1426.5원을 기록했다. 1430원대에서 환율이 6거래일 만에 1420원대로 내려왔다. 다만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달러화가 전반적으로 강세인 상황이 겹쳐 원/달러 환율은 최근까지도 14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김 실장은 이번에 나올 MOU에 반도체 관세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는 데 대해 "반도체는 품목관세 협의에 포함됐고 3500억달러 대미투자펀드 관련 내용엔 들어가지 않았다. 따라서 MOU에 담기지 않은 게 맞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 장관의 '반도체 관세는 무역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말은 맞는 내용"이라며 "한국에 대한 반도체 관세를 (우리 주요 경쟁국인)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하겠다는 내용을 팩트시트에 담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 대만의 반도체 관세 합의가 끝나지 않았다"며 "만약 미국이 대만에 대해 반도체 관세를 물린다면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 관세도 현재 0%에서 더 높아질 수도 있겠지만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는다는 점이 보장되면 새로운 환경에서 우리 산업이 충분히 감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품목관세 협상에서 현재 50%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는 철강이 빠진 것은 아쉽다고 했다. 김 실장은 "우리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도 미국이 철강 품목관세에 대해 예외를 둔 적이 없다"며 "이번에 다루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이행하려면 대규모 후판이 필요할텐데 이 때 원가 절감 차원에서 철강 관련 관세협상을 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개인적 견해도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김 실장은 이번 협상 과정 전반에 대해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정말 애를 많이 썼다"며 "내 아내는 내가 잠꼬대로도 '러트닉'을 외쳤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실에 오기 전 SNS(소셜미디어)에 '1일1포스팅'을 할 정도로 트러프 시대에 대해 분석을 많이 했고 나름대로 이해하려고 했는데 직접 (정부에) 들어와 겪고 있다"며 "(관세협상 주 상대였던) 러트닉 장관이 터프하다고는 하지만 그는 한 개인이 아니라 그 뒤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불러낸 사람들의 절규가 있는 것이고 제가 분석했던 시대를 나타낸 것이다. 저 역시 개인의 입장으로 나선 게 아니고 정부의 입장을 대변했다. 우리 두 사람 다 역사 속을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미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한미 관세협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1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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