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호 고문 "한일 저출산·기후재난 공동 대응시스템 만들자"

(도쿄/정리)=오동희 기자, (도쿄/대담)=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 겸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 이사장
2025.11.10 06:06

[백용호의 시대동행/(하)]공동과제-공동 대응이 한일 국민 감정 녹인다

[편집자주] '백용호의 시대동행'은 공정거래위원장·국세청장·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고 현 이화여대 명예교수인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 이사장)이 정치·경제·사회 및 국제적인 리더를 만나 시대의 과제를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는 코너다. 이번 대담자는 '일본의 케네디 가문'으로 불리는 하토야마 가문의 4세대 정치인으로 제93대 총리를 지낸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다. 일제강점기 침탈의 역사에 대한 반성을 통해 동아시아의 평화공존을 주장하는 일본 내 깨어있는 정치인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와 한일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 이사장, 왼쪽)이 지난 5일 일본 도쿄도 치요다구 나가타초 주젠빌딩 사무실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총리와 만나 대담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도쿄) 김창현 기자 chmt@

인구감소 최대 고민, 한일 양국이 상호 장점 배워야

(중편에 이어서)

-백 고문 : 일본과 달리 대한민국은 또 다른 미래 걱정이 있다. 우수한 학생들이 공대나 과학기술 분야보다 의대로 쏠리는 현상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미래가 과학기술에 달려있기에 과학을 중시하는 정책을 펴도 의대 선호 현상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된다는 지적이 많다. 혹시 이러한 한국의 상황에 대해 해줄 말이 있는가?

▶하토야마 전 총리 : 일본은 현재 의사가 부족하다. 의사는 사람 목숨을 살리는 좋은 일인데 한국의 의대 선호 현상에 대해 과학기술 쪽으로 가라고 말할 용기는 없다. 다만 중국 칭화대학 방문 시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 칭화대는 큰 강당에 전 학생에게 컴퓨터 1대씩과 연간 100만 엔(약 1000만 원)을 지원하며 공부와 창업을 병행하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대학 측은 이 지원을 통해 단 한 명의 뛰어난 기업가라도 배출된다면 성공으로 본다고 했다. 일본에도 없는 이런 시스템이 한국에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백 고문 : 총리 재임 기간 중 정책인 동아시아 공동체나 감세 등을 기억하지만 특히 '유아수당'을 크게 확대한 것이 인상 깊었다. 일본의 저출산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총출산율 0.75명으로 '인구 소멸 위기'이다. 일본은 (약 1.2명) 한국보다 낫지만 저출산·고령화는 양국이 처한 '공동 과제'이다. 이 문제에 대해 양국이 협조해 공동 대응 프로그램을 만들고 정책을 펴 나간다면 문화나 과학기술 협력 못지않게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본다.

▶하토야마 전 총리 : 일본도 최대 문제는 인구 감소이다. 예전처럼 '많이 낳으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 총리 재직 시절 '유아수당'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정책을 시작했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양육비 부담으로 생계를 꾸리기 어렵다는 가정이 많아 정부 보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야당 반대로 충분하진 못했지만 수당 덕분에 아이를 키울 수 있었다는 감사 인사도 받았다.

이 수당은 저출산 대책뿐 아니라 어릴 때 꿈인 수학여행을 못가거나 도시락을 싸오는 게 어려운 빈곤 가정 아이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정책으로 출산율이 오르진 않았다. 이는 자금 지원만으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예컨대 남편의 육아 참여가 중요하다. 내 생각엔 일본보다 한국의 젊은 아빠들이 육아에 더 많이 참여하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을 양국이 서로 배우고 협력한다면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총리 지난 5일 일본 도쿄도 치요다구 나가타초 주젠빌딩 사무실에서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 이사장)과의 대담에서 답변하고 있다./사진=(도쿄) 김창현 기자 chmt@
재난대응체계 공동 매뉴얼 만들자…한일 청년 협력의 시대 희망

-백 고문 : 저출산 문제와 더불어 양국이 지리적으로 인접하기에 '기후 변화에 따른 재난 대응체계' 역시 공동으로 협력해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예를 들어 재난을 함께 예측하거나 양국의 대응 매뉴얼을 비교해 더 효과적인 안을 만들 수 있다. 이런 협력은 한일 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공동의 과제에 대응하는 좋은 국제 협력 사례가 될 것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 : 기후변화 관련 '공동 매뉴얼' 제안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한국과 일본은 이웃이기에 동시에 같은 재난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재난을 사전에 감지해 정보를 공유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면 양국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는 이런 상호 협력 시스템이 충분히 구축되어 있지 않아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 기후 변화로 재해 확률이 매년 늘고 있기 때문에 빨리 서로 도울 수 있는 체계를 갖췄으면 좋겠다.

-백 고문 : 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사상가이자 일본 정치인의 선배로서 앞으로 세계가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또 한일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진전되어야 하는지,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해달라.

▶하토야마 전 총리 : 세계가 분열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그런 가운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많이 생각하고 있다. 현재 일본과 미국이 동맹이고 한국과 미국도 동맹이다. 그러다 보니 한·미·일 세 나라가 동맹을 맺어 중국과 대치하는 상황이 되었다. 나는 이런 구도로 가기보다는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미·중 간의 경쟁이 생기거나 갈등 관계가 되었을 때 더 나빠지기 전에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 그 중간에서 '중재' 역할을 하는 것이 지금 시대에 가장 요구되는 자세가 아닌가 싶다.

아쉽게도 지금 일본 정부는 미국에 대한 의존이 매우 강한 상황이다. 나는 그것보다는 좀 더 '자립한' 일본으로서 움직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과 일본이 원만하게 협력해 미·중 간의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다. 과거 일본이 식민지 시대에 한국에 저지른 수많은 과오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고, 일본은 그러한 과거를 계속 직시해야만 한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한국 국민들도 일본과 같은 관점을 공유했으면 한다. 양국이 서로 알게 될 때 일본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비로소 협력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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