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관련 국제투자분쟁(ISDS)의 중재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취소신청에서 승소한 가운데 여당은 "이재명정부의 성과"라고 추켜세웠고 야당은 "공을 가로채선 안 된다"고 맞섰다. 야당은 취소신청을 이끈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평가를 놓고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대구 중구 민주당 대구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13년 만에 론스타와의 소송전에서 대한민국이 승소했다"며 "4000억원을 배상하지 않아도 돼 기쁘며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와 더욱 빛나게 된 대한민국을 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승소로 론스타에 배상해야 했던 원금·이자 등 약 4000억원의 배상책임이 모두 소멸했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재명정부가 절차적 위법성과 증거 오류를 끝까지 집요하게 파고들어 기적을 만들어냈다"며 "이재명정부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대형 국제분쟁 대응체계를 새롭게 정비하고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한 '법무 대응 역량 강화'를 추진해 왔다. 이번 승리는 이러한 준비가 실제 성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적었다.
야권에선 이재명정부의 성과로 포장하는 여권을 직격하며 "대한민국이 법리에 근거해 끝까지 싸워 얻어낸 성과"라고 강조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그동안 '승소 가능성 없다', '취소는 불가능하다', '소송비만 늘어난다' (등의 발언으로) 취소신청을 추진했던 지난 정부의 대응을 거세게 비난해왔다"고 꼬집었다.
박 수석대변인은 "송기호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은 '취소 절차에서 한국 정부가 이길 가능성은 제로'라고 단언하며 지난 정부를 공격했다"며 "그랬던 그들이 이제는 자신들의 성과라고 포장하고 있다. 승소의 공을 가로채려는 민주당의 태도는 뻔뻔하다 못해 참으로 낯부끄럽기 짝이 없으며 이런 식이라면 머지않아 대한민국 건국도 이재명 대통령이 했다고 주장할 판"이라고 했다.
2022년 9월 취소신청 당시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승소 소식이 전해진 직후 SNS를 통해 "오늘(18일) 승소한 소송을 추진하자 민주당은 승소 가능성을 트집 잡으며 강력히 반대했다"며 "민주당 정권은 뒤늦게 숟가락 얹으려 하지 말고 당시 이 소송을 트집 잡으며 반대한 것에 대해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한 전 대표에 대해 상반된 주장이 나왔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SNS에 "(민주당보다) 더 웃긴 것은 론스타 사태를 자신의 영웅서사로 만들려는 '한'가로운 사람이 있다는 것"이라며 한 전 대표를 저격하는 메시지를 게재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번 승소는)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닌 20년에 걸친 국가 전체의 작업"이라며 "4개의 정권, 수백명의 실무진, 국제 로펌, 수사기관, 사법부가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 층층이 쌓아 올린 종합 방어전이었다"고 했다. 이어 "특정인 '한'명이 치적을 본인에게 돌리며 영웅서사를 만들려는 것은 전우들의 시체를 밟고 마지막 깃발을 꽂으며 '이 성은 나 홀로 함락시켰다' 외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우재준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SNS를 통해 "한 전 대표가 이번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를 이슈화하고 이재명 정부가 성과로 홍보하려던 론스타 승소를 우리 당의 성과로 바로잡은 것은 분명 잘한 일"이라며 "계엄이 아니라, 이것이야말로 진짜 '한 방'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원내 최고령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 정부도 현 정부도 잘했다. 한동훈도 잘했다"며 "잘한 건 잘했다고 얘기해 줘야 한다. (한 전 대표가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서 판단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