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박 10일간의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귀국 직후 집무실로 출근해 민생 현안들을 챙겼다. 새 정부 첫 예산안의 국회 통과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제3차 상법 개정안 처리, 정년연장을 위한 사회적 합의 등이 올 연말 대통령실의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26일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후 대통령실 집무실로 출근해 참모들로부터 주요 현안 관련 보고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부터 10일 간 UAE(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튀르키예 등 4개국 순방 일정을 소화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29일 국무회의에서 72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하고 현재 국회 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 예산 대비 8.1% 증가한 것으로 사상 첫 700조원대 '슈퍼 예산'이다.
이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에서 R&D(연구개발) 예산을 역대 최대인 35조3000억원으로 책정하며 '기술이 주도하는 혁신경제'를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올해 예산 26조5000억원 대비 19.3% 증가한 것으로 국회 의결 시 AI(인공지능), 바이오, 콘텐츠, 방위산업, 에너지, 제조 등 6대 첨단산업 핵심기술 투자에 집중 투입될 예정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의 콘셉트는 과학기술"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새 정부 첫 예산안에 높은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여야 대치 국면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다음달 2일까지 전국 11개 지역에서 대규모 장외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다음달 2일은 국회의 예산안 의결 법정 시한이다. 헌법 54조 2항에 따르면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일(매해 1월1일) 30일전(전년도 12월2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또 여당이 추진하는 3차 상법 개정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3차 상법 개정은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일관되게 추진하는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의 일환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새로 취득한 자사주(자기주식)는 1년, 이미 보유한 자사주는 1년6개월 내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 등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를 위한 경우 예외로 인정된다.
1차 상법 개정은 기업 이사회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확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차 상법 개정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정년연장도 주요 민생 현안으로 꼽힌다. 대통령실은 큰 틀에서 정년연장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정하기에 앞서 국회와 각계의 의견에 주목하고 있다. △60세→65세로 정년연장 △퇴직 후 재고용 확대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 겸 정치평론가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환율, 전셋값, 물가 등 경제 지표에 대한 국민 우려가 크다. 내년도 예산안이 기대와 희망을 주는 안이라고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야당은 예산안 국면에서 스탠스(입장)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부터 억지로 설득하기보다 국민에게 먼저 다가간 후 야당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정국을) 푸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결국 이슈는 경제다. 내란과 국민의힘에 대한 응징이 당내에서는 통할테지만 결국 정권의 경쟁력은 먹고사는 문제 해결에서 나온다"며 "대통령실과 여당이 발맞춰 가는 모습이 중요한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