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국회 정무위원회로부터 출석을 요구받았지만 응하지 않은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무위는 국정감사 때부터 국회의 부름에 응하지 않고 있는 김 의장에 대한 고발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쿠팡 개인정보 유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출석하지 않는 김 의장에 대해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브랫 매티스 쿠팡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 등은 출석했으나 (함께 출석 요구를 한) 김범석 의장은 출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쿠팡은 지난달 18일 고객 계정 무단 유출 건을 인지하고 같은 달 20·29일 관련 내용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했다. 쿠팡은 당초 약 4500개 개인정보가 노출됐다고 파악했으나 약 3370만개 계정이 무단으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국회는 전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이날 정무위에서 연이틀 긴급 현안질의를 개최했다. 김 의장은 두 번 모두 출석을 요구받았으나 이를 거부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김 의장을 고발해야 한다. 어제(2일) 과방위 현안질의에서 박 대표가 '한국에서 벌어진 일이고 제 책임'이라고 했지만 사실 (박 대표가 국회에서 약속하거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별로 없다"며 "죄송하지만 국회에 얼굴마담 하러 나온 게 아닌가 의구심까지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김 의장은 한국 쿠팡 (지분)을 100% 보유한 미국 모회사 쿠팡Inc의 의결권 74.3%를 보유했다. 쿠팡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한국에서 발생하는데 국적이 미국이란 이유로 국회와 국민의 부름에 답하지 않고 있다"며 거듭 고발을 촉구하자 윤 원장은 "여야 간사가 고발 여부를 논의하라"고 했다.
이어진 개별 의원들의 질의에서도 김 의장에 대한 날 선 비판과 여러 의혹 제기가 이뤄졌다. 여야 의원들은 미국에 체류 중이라는 김 의장이 한국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지 추궁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 언론 보도를 보면 김 의장이) '한국인은 시야가 좁고 스마트하지 못하고 도전 정신이 없다'고 했다더라"라며 "김 의장이 1년 중 1주일은 (한국에 머무르는 것인가) 김 의장이 한국에 들르기 싫은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대표에 "김 의장이 어디 있는지 아느냐 모르냐. 한국에 있나 미국에 있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박 대표가 "해외에 있는 것으로만 안다"고 하자 이 의원은 "이렇게 중차대한 사건 사고가 벌어졌는데 (쿠팡의) 실질적인 오너(소유주)인 김 의장이 (국회에 와서) 답변해야지 왜 박 대표가 방패막이하고 있나"라고 탄식했다. 허영 민주당 의원은 "김 의장이 쿠팡의 대기업 동일인 지정(공시대상기업집단 총수 지정)에서 제외됐다. (김 의장은) 굉장히 영리한 기업인"이라고 꼬집었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김 의장은 기업가나 경영자가 아닌 로비스트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박 대표가 "기업인"이라고 답하자 김 의원은 "미국에 600억원대 국방 주식을 기부하는 등 김 의장이 미국에서만 로비한다는 정황이 여럿"이라며 "이런 사람이 경영하니까 (쿠팡이 개인정보유출 외에도 여러 논란이 발생하는 등) 엉망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쿠팡 한국법인도 국회·정부 출신들 데려가 로비하고 있는 것 같다. (관계 기관과 우리 의원들도) 쿠팡 만나선 안 된다"고 했다.
한편 신장식 의원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외에도 산업재해, 의약품 불법 거래 관리 부실, 퇴직금 미지급 사건 외압 의혹 등 여러 문제에 노출된 상태임을 들어 "국회 차원의 쿠팡특위(특별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신 의원은 "(어제 오늘) 과방위·정무위만 봐도 현안질의를 따로따로 하지 않나. 쿠팡의 문제 전체를 놓고 볼 필요가 있다"며 "국무조정실에서도 범정부 차원에서 (쿠팡의 여러 문제를) 종합적으로 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