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훈 '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는 본인이 임명될 거라고 봤던 것 같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어쨌든 임명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게 아니라면 저 정도의 자료 제출, 의혹에 대한 해명 방식, '기억이 안 난다'로 일관한 태도를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인사청문회장을 버텨내면 여론이 가라앉고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할 거라고 계산했던 걸까.
여당이 처한 상황을 과소평가했고, 본인의 정치적 자산은 과대평가했다. 정부·여당이 '이 정도면 넘어가자' 할 상황이 아니다. 대통령 기자회견부터 국회 청문회까지 모든 과정이 생중계된다. 국민들은 물론 '강성' 지지층들이 다 지켜본다. 대통령이 논란을 무릅쓰면서 밀어붙일 아무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이 전 의원은 보수 정권 시절 장관 청문회에 나선 보수 쪽 후보자처럼 보였다. 소위 말하는 '메타인지'(자기객관화) 실패다. 자신을 둘러싼 각종 사법 리스크만 되레 노출시켰다.
# 현대차 노조는 요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아틀라스 도입 소식에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다. 로봇이 일자리를 뺏고 노동자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가 "공장에 한 대도 들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선언으로 이어졌다. 일자리를 뺏길까 두려워 기계를 부쉈던 '러다이트 운동'까지 소환된다.
역시 '메타인지' 오류다. 싸워야 할 대상이 로봇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정작 노조를 위협하는 건 생산량의 해외 이전이다.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로봇이 한국 공장에 못 들어오면 기업이 로봇만 포기할까. 아예 공장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넘겨짚는 게 아니다. 글로벌 제조업계에서 매일 확인되는 냉정한 현실이다.
아틀라스와 노조의 싸움에서 정작 피해를 볼 사람들은 현대차 정규직 노조가 아니라 우리 청년들이다. 로봇의 국내 공장 진입을 막으면 고임금·고연차 생산직 근로자가 보호받는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생산성 감소와 해외 이전은 필연적으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냉정한 현실 인식에 바탕한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 용인에 잘 짓고 있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전북(새만금)으로 옮기자는 정치권의 주장도 다르지 않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나온 뜬금없는 주장에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개를 젓는다. 그런데 해당 지역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은 속속 '이전 찬성' 대열에 합류한다. 반도체 공장에 필수인 '전기·물·인력' 3요소가 모두 부적절한데도 이전 요구에 도무지 망설임이 없다.
용인의 두 반도체 기업 중 한 곳의 A사장은 "저런 일을 겪고 나면 지역 여론은 '기업이 온다고 약속했다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식으로 흘러간다"며 "참 안타깝다"고 했다. 선거 전엔 일언반구도 없다가 당선 후 연락해 "당신네 공장 유치를 공약으로 걸고 당선됐는데 이전을 검토해 달라"고 했다는 웃픈 일화도 들린다.
A사장은 "미국이 용인 클러스터 이전 논란을 일일 단위로 살피고 있더라"며 "한국은 강하게 푸시하면 흔들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할까봐 걱정"이라고도 했다. 15% 관세 합의를 물리고 돌연 25%로 올리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보니 A사장의 말이 귓가에 계속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