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호관세 위법 판결…트럼프, '핵잠' 무기로 韓대미투자 압박하나?

조성준 기자
2026.02.21 15:02

[the300][美상호관세 위법 판결]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관세정책' 동력 상실 불가피
국가별 협상전략 구사할 수도…한국에는 '안보 패키지' 활용 가능성

(워싱턴DC AFP=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힐튼호텔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02.05.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DC AFP=뉴스1) 류정민 특파원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단한 가운데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의 통상 분야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분야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것은 법적 권한을 벗어난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근거로 내세운 IEEPA의 '수입 규제' 조항은 무제한적인 관세 부과를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반발하며 같은 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전 세계 모든 국가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나는 방금 백악관 집무실에서 모든 국가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법안은 거의 즉시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기자회견에서 "무역법 122조에 근거에 전 세계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법 122조는 미국의 무역적자 해결을 위해 대통령에게 최장 150일 동안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한다.

이에 따라 최장 150일, 품목별 관세가 부과돼야 하는 만큼 행정 비용이 추가 소요될 수 있지만, 미국이 부과하는 상호관세 자체는 위법 판결 이전 수준과 유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법적 근거가 부실해진 만큼 사실상 '관세'를 무기 삼아 상대국으로부터 유리한 입지를 점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전략의 동력은 상당 부분 상실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계속해서 관세 정책을 유지하려고 하겠지만,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으니 정치적인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관세 정책으로 다른 나라를 압박하는 그런 전략에도 힘이 빠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국으로선 통상 분야 협상과 함께 패키지로 다뤄진 안보 분야에서의 미국과 협력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미는 팩트시트를 통해 원자력 협력·핵추진잠수함(SSN·핵잠) 도입·조선업 등의 추진을 협의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의 입법 지연을 문제 삼아 상호관세 25%로의 재인상을 예고하면서도 안보 분야에서의 이행이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한국의 대미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관세 인상 카드를 노골적으로 활용해 온 트럼프 행정부가 동력을 잃은 관세 대신 한국이 필요로 하는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사용, 핵잠 건조 등에서의 협의에서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한국에 대한 압박을 위해 핵잠 도입에 협력하지 않거나, 극단적인 경우라면 주한미군을 감축·철수하겠다는 등 안보 수단을 동원해 투자를 끌어내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며 "관세보다는 비관세 장벽을 더 압박하면서 상대방의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회적인 방안을 활용해서 관세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며, 실제 행정명령에 대한 서명도 즉각 이뤄진 만큼 기존 협상 내용의 지속적인 이행 가능성도 제기됐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위법 판결이 이뤄졌다 해서 한국의 대미투자가 철회될 리 없으며, 팩트시트 이행의 지연 가능성은 대미투자 프로젝트의 진행에 대해서 미국이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관세를 무기로 해 통상과 안보를 패키지로 협상했는데 수단(관세)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협상의 결과를 갖다가 뒤집을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즉각적인 대응보다는 다각적으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21일 언론공지를 통해 "미 연방대법원 판결 내용 및 미국 정부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국익에 가장 부합한 방향으로 향후 대응계획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성락 안보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이번 상호관세 판결 내용을 검토하고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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