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으로 오셨나요? 애끓고 피 터지는 마음이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파란색 목도리와 패딩, 넥타이로 중무장한 800여명의 충남·대전 시민들이 10칸 이상의 본청 계단을 빽빽하게 다 채웠다. 사회자가 "애끓는 마음으로 왔느냐"고 묻자 이들은 "네"라며 함성을 질렀다.
이들이 이날 국회를 찾은 건 충남·대전 행정통합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광주·전남, 대구·경북 통합은 24일 본회의를 앞두고 순항 중이지만 충남·대전 통합은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등 국민의힘 소속 광역 자치단체장들은 재정 분권을 비롯한 실질적인 중앙정부 권한 이양이 부족하다며 행정통합법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본회의까지 하루가 남은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신속한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2월 본회의에서 행정통합법을 처리해야 6·3 지방선거에서 통합특별시장을 선출해 7월 통합 자치단체가 출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3개 특별법 중 충남·대전 행정통합 법안만 제외되면 형평성 논란도 생길 수 있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이언주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도 총출동했다. 시민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1시간 넘게 자리를 지켰다. 장갑, 모자, 목도리 등을 두른 채 "대전·충남 미래 발전을 훼방 놓는 국민의힘은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팻말에는 '대구·경북은 YES? 충남·대전만 NO?' '충남·대전 홀대하는 내란 잔당 규탄한다' 등이 적혀 있었다.
한 원내대표는 "저희는 (국민의힘 반대를) 충격적으로 인식하고 있고 오늘의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며 "민심을 거부하면 이 모든 책임은 국민께 돌아간다는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3일 동안 국회 앞에서 노숙 투쟁을 벌였다는 지역위원장은 "너무나 걱정되고 답답하다"며 "(행정통합 이후에) 정부에서 20조원을 받으면 공원도 만들고 길도 뚫고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도 만들게 된다. 20조원은 저희 도민들과 시민들이 낸 세금인데 왜 그 돈을 우리가 못쓰게 하느냐. 내란 정당은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권리당원이라는 조모씨는 "제 주변에는 주말 부부가 많다"며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직장을 가고 가족은 대전에 남겨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행정통합은 서울로 가지 않아도 되는 현실을 만들겠다는 결단"이라며 "(국민의힘은) 대전·충남 통합법을 단순 정쟁 대상으로 삼지 말라"고 말했다.
한편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 "대전·충남 통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양당 대표 공식 회담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먼저 주장했고 이미 여러 행정 절차를 진행한 사안인 만큼 원칙과 일정을 명확히 해 백년대계인 행정체계 개편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당내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