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처음 열린 국회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대미투자특위)가 다시 정쟁에 발목이 잡혔다. 여야가 사법개혁 등 쟁점 법안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면서 본연의 목적인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 논의는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입법 방향을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신속한 입법과 함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과 미국의 관세 정책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서두르기보다 국익 차원의 '플랜 B'를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대미투자특위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2차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공청회만 진행한 이후 산회했다. 당초 예정됐던 소위원회 구성, 법안 상정, 대체 토론 등은 모두 무산됐다. 사법개혁 등 쟁점 법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격화된 결과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부터 다음달 3일까지 본회의를 열어 이른바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 등 쟁점 법안 강행 처리에 나서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사법개혁안을 '이재명 대통령 방탄법'으로 규정하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한 입법 저지를 선언했다.
야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당초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상정하기로 했지만 26일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가 이날로 앞당겨지면서 예상치 못한 법안들까지 상정됐다"며 "초당적 협력이라는 특위 운영 정신이 흔들렸다"고 비판했다. 여당이 사법개혁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합의 정신을 깬 만큼 특위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반면 여당 간사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회의도 일방적으로 중단됐다"며 "국회가 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대외적 메시지를 주기 위해 오늘 최소한 법안 상정만큼은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여야 간 기싸움은 회의 종료 후 장외전으로 이어졌다. 박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이 진심으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가 시급하다고 여긴다면 '이재명 대통령 구제법' 처리를 비롯한 국회 폭거를 적어도 특위 활동이 끝나는 3월 9일까지는 멈추고 야당과의 초당적 협력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초당적으로 합의해 구성된 대미투자특위는 국내 정치 상황과 분리해 정상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하루빨리 제자리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대미투자특위의 활동 기한은 2주가 채 남지 않았지만 당분간 특위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음달 초 법안 처리 여부도 불확실해졌다. 국민의힘 소속 특위 위원들은 이날 자동차업계 등과 가진 조찬 간담회에 이어 바이오 등 민간업계 의견을 듣는 개별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특위 공청회에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렸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안의 신속한 통과 필요성에 동의한다"며 "최근 미국 측이 관세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대미 투자와 관련된 법적 근거를 조속히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교수는 "대미 투자가 최종 결정돼 실제 진행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입법을 무리하게 서두를 합당한 이유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