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박4일 간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주요국들과 잇따른 정상회담으로 역내 리더십을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부인 김혜경 여사와 함께 4일 오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빌라모어 군 공항을 출발했다.
이날 필리핀 측에서는 프란시스코 티우 라우렐 농업부 장관 (영예수행장관), 이멜다 칼릭스토 루비아노 파사이시 시장, 버나뎃 테레즈 페르난데스 주한대사, 디나 아로요 탄토코 대통령실 사회복지부수석(여사 영예수행), 공군사령관 등이 나와 이 대통령 부부를 배웅했다. 우리 측에서는 이상화 주필리핀 대사 내외, 윤만영 재필리핀 한인총연합회장이 나와 이 대통령 부부와 작별 인사를 했다. 이 대통령은 김 여사와 함께 꽃으로 장식된 트랩을 올랐고 기내로 들어가기 전 돌아서서 오른손을 높이 들어 환송 인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20년 만에 개선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공급망, 그린경제, 무역원활화, 항공 MRO(정비·수리·분해조립) 등 4개 분야에서 통상협력을 한층 더 선진화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11월 수교 5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양국은 과학기술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비롯해 공공안전분야 인공지능(AI) 및 디지털 기술 협력, 지식재산분야 강화 협력, 환경위성 공동활용, SMR(소형모듈원전) 협력 등 총 5건의 MOU도 체결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급변하는 국제 정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역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다자주의 및 자유무역질서 회복 등에 힘쓰고 있다. 이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아세안 등 각국 정상들과 두터운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데 힘쓰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특히 이 대통령은 싱가포르와 한국 사회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AI(인공지능) 분야 협력을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싱가포르의 AI 기업가들과 만나 '한-싱가포르 AI 얼라이언스(Alliance·동맹)'의 출범을 알렸다. 싱가포르는 한국과 함께 글로벌 AI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권을 형성하는 국가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이날 "2030년까지 싱가포르에 3억달러(약 4400억원) 규모의 '글로벌 모펀드'(K-VCC)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K-VCC는 정부 최초로 역외에 조성되는 글로벌 모펀드다. 이를 계기로 국내 벤처케피탈(VC)들이 싱가포르를 포함해 세계 AI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전날 필리핀으로 이동한 이 대통령은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즈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한국 방산 기업이 필리핀군 현대화 사업에 적극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한편 핵심 광물 등 공급망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양국은 아울러 특정 방산물자 조달을 위한 시행 약정 개정을 포함해 10건의 MOU를 체결했다.
이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한국과 필리핀은) 선박 건조량 기준 각각 세계 2위와 4위인 조선 강국으로 양국이 힘을 모을수록 양국 조선 산업의 경쟁력은 강화될 것"이라며 "한국은 첨단기술을, 필리핀은 풍부한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밤 국내로 입국할 예정이다. 순방 일정을 마친 이 대통령은 오는 5일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및 이란의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산업통상부 등 관계부처 회의를 소집해 긴급 상황 점검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