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이란대사 "韓 비적대국이지만…美와 무관한 선박만 해협 통과"

조성준 기자, 정한결 기자
2026.03.26 16:46

[the300](종합)
주한이란대사, 라디오 출연·기자회견서 이란 입장 전달
이란, 韓 선박 정보 제공 요청 주장…외교부 "관련 요청 없어" 일축

(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3.2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란이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에 대해 미국과 무관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한국을 '비적대적 국가'로 분류했지만 개별 선박의 통행 허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는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이란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선박이)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선 이란군과 정부와의 코디네이션이 있어야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최근 '비적대적 국가'의 선박만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의 공식 서한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국제해사기구(IMO)에 발송했다. 이란은 이 서한에서 "침략에 가담한 다른 참여국들의 선박은 비적대적 통항 자격이 없다"며 관련 결정은 미국과의 협력 수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쿠제치 대사는 이날 "한국은 비적대 국가로 들어간 상황"이라면서도 선박에 통행에 대해서는 조건을 걸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이 두 나라의 이익을 챙기고 얻는 것들이 이란의 제재를 당할 것"이라며 "(미국과 관련된) 기업들이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경제활동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짚었다. 또 "우리가 기업들의 활동을 차단하고 경제를 차단하는 것은 이란의 방어 권리"라고도 했다.

앞서 쿠제치 대사는 기자회견 전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국이 이란과 우호적이라도 미국 회사 투자 유전에서 나온 시설을 이용하면 항해가 불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 선박의 통행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미국 기업과 거래 중인 선박은 통과시킬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가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한국 선박의 통행이 여전히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쿠제치 대사는 "한국 국적 선박들의 안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양국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해당 선박들의 자세한 정보를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관련 요청을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 정부가 밝힌 입장에 대해서 특별한 평가는 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미국에 투자한 우리 선박의 통항이 제한된다는 이야기를 (이란으로부터) 전해 들은 바는 없다"고 했다.

한국과 이란 간 호르무즈 해협 통항에 대해 협의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여러 가지 측면을 보면서 관련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과 휴전 가능성 일축한 이란…"미국 공습 준비 의심"
(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열린 전쟁 관련 사진전 및 다큐멘터리 상영 행사에 미국·이란 전쟁 관련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2026.3.2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쿠제치 대사는 이날 회견에서 미국과의 휴전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번 중동사태의 책임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년간 이란과 미국 사이에 생긴 일들은 다 배신이고 기만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이란과 미국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에 △우라늄 농축 금지 △농축 우라늄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관 △미사일 사거리 제한 등 15개의 종전 조건을 요구했다. 쿠제치 대사는 이같은 조건은 "불법적이며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 전쟁에 한국을 비롯한 국가가 개입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쿠제치 대사는 "미국은 민간인 희생과 (다른) 나라들이 어떤 피해 입는지 전혀 아무 관심이 없기 때문에 한국이 신뢰하지 않길 기원한다"고 했다.

쿠제치 대사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통항을 방해하기 위해 이란이 설치했다고 알려진 기뢰와 관련해선 "바다 기뢰가 전혀 설치되지 않았다"며 "현재 호르무즈 해협 내 특별한 일이 없는데 기뢰를 설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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