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주말 내내 이스라엘 일각의 반인권적 행태를 겨냥해 SNS(소셜미디어) 게시를 이어간 것을 두고 정치권 해석이 분분하다. 보편적 인권 문제에 눈감지 말아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평소 소신이 반영된 발언이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항 문제를 두고 우리 정부가 이란과 협상 중인 상황에서 고도의 계산이 작용한 발언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12일 SNS에 "사욕을 위해 국익을 훼손하는 자들을 매국노라 부른다"며 "매국 행위를 하면서도 사욕을 위해 국익을 해치는 것이 나쁜 짓임을 모르는 이들도 많다"고 적었다. 이어 "국익을 포함한 공익추구가 사명인 정치와 언론 영역에서도 매국행위는 벌어진다"며 "국가적 과제,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라고 했다. 또 "각국의 주권과 보편적 인권은 존중돼야 하고 침략적 전쟁은 부인된다"며 "그게 우리 헌법정신이자 국제적 상식"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이 대통령이 지난 10일 SNS에 올린 이스라엘 관련 글에서 촉발된 논란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당시 이스라엘 군이 작전 중 팔레스타인 대원 시신을 건물 아래로 떨어뜨리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유하며 "이게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 알아봐야겠다"며 "위안부 강제, 유태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고 했다.
해당 영상은 2024년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실제 작전 도중 벌어진 일을 촬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2024년 9월 실제 상황"이라며 "시신이라도 이런 처우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추가로 적었다.
이에 이스라엘 외무부는 "2024년 사건을 현재 일처럼 제시한 가짜 계정을 인용했다"며 "게시물을 올리기 전에는 항상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반인권적 행동에 대한 전 세계인의 지적을 되돌아볼 만도 한데 실망"이라며 "나의 필요 때문에 누군가 고통받으면 미안한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재반박했다. 외교부도 "보편적 인권에 대한 신념을 표명한 글의 의도를 잘못 이해했다"고 유감을 표했다.
논란이 증폭되자 이 대통령의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일관되게 '국익중심 실용외교'를 외쳐왔던 만큼 타국을 직접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점에서다.
우선 인권 문제에 대한 평소 소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 SNS 이용자는 "팔레스타인 참상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무원칙한 편향이 아니다. 보편적 인권이 외교적 계산보다 앞선다"고 적었고, 이 대통령이 이를 재게시하며 공감 의사를 드러냈다.
외교적 맥락도 거론된다. 최근 방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국제 위기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이 대통령과) 의견 통일을 이뤘다"며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재개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이 오는 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초청을 받은 만큼 마크롱 대통령으로부터 중동 정세에 대한 주요국 시각을 공유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제사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한 비판 여론이 커진 점도 변수로 꼽힌다. 전쟁 장기화 책임론과 함께 휴전 합의 직후에도 "아직 완수해야 할 목표가 남았고 전투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웠다. 결국 지난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은 결렬됐다.
일각에서는 실리적 계산이 깔렸다는 해석도 있다. 우리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묶인 선박 26척의 통항 문제를 두고 이란과 협상 중이다. 한 외교 전문가는 "이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메시지를 준 측면이 있다"며 "협상 포석일 수 있다"고 했다. 현재 해협에는 약 2000척이 대기 중이며 통항은 하루 15척 이하로 제한된 상황이다. 정부는 정병하 외교부 극지협력대표를 특사로 파견해 협상에 나섰다.
중동 전쟁에 따른 경제 충격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실제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한 답답함의 발로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일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에서 중동 상황 여파로 올해 성장률은 2%를 밑돌고 물가는 2.2%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원유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중동 방문 협상에 나선 상태다. 이 대통령도 지난 11일 SNS에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아무 잘못없는 우리 국민들께서 뜬금없이 겪고 있는 이 엄청난 고통과 국가적 어려움을 지켜보는 마음이 매우 불편하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