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더 투명하고 더 똑똑하게...'정부입법 통합 플랫폼'이 온다

조원철 법제처장
2026.04.30 05:00

[the300] 조원철 법제처장

아침에 눈을 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순간부터, 출근길과 직장생활,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우리의 하루는 법이라는 안전한 토대 위에서 펼쳐진다. 복잡한 도로에서 차들이 질서를 지키고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게 하는 것은 도로교통법이다. 맛집과 카페를 찾아다니며 음식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은 식품위생법 덕분이다. 근로자가 위험한 작업 환경으로부터 보호받는 것은 산업안전보건법이 든든한 방패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법은 법전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의 가장 사소한 순간까지 스며들어 있다. 그렇기에 법을 만드는 과정은 더 투명해야 하고, 법을 만드는 이들은 그 업무에 더 세심한 정성을 담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입법 작업의 수준은 국민의 눈높이에 충분히 닿아 있지 못하다. 그 중요성을 감안할 때 매우 아쉬운 일이다. 법령 초안 작성부터 부처협의, 입법예고, 각종 영향평가, 법제심사, 국무회의 심의 및 공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치는 동안 국민은 관심 있는 법안이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수정되는지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웠다.

과정의 문제가 컸다. 담당 공무원이 동일한 문서를 여러 시스템에 이중 삼중으로 입력해야 하는 불필요한 반복 작업을 감수해야 했다. 민주주의의 핵심인 입법 과정이, 국민과 공무원 모두에게 낯설고 불편한 미로처럼 느껴져 온 것이다.

법제처는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한다. 올해부터 구축에 착수하는 '정부입법 통합 플랫폼'이 그 해답이다. 이 플랫폼은 그동안 분절돼 있던 입법 과정과 기관별 업무시스템을 하나로 연결한다. 담당 공무원은 모든 입법 절차를 통합 플랫폼 안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단계별 데이터는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이관된다. 그 모든 과정과 결과물은 투명하게 공개된다.

정부입법 통합 플랫폼이 구축되면 국민 누구나 관심 있는 법안의 처리 단계와 이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입법 과정에서 의견을 제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제출한 의견이 법안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도 손쉽게 추적할 수 있다. 입법이 국민과 함께 숨 쉬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이 플랫폼의 또 다른 핵심은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입이다. 정부 입법 통합 플랫폼엔 AI를 활용한 시범서비스가 적용된다. AI는 방대한 법령 체계를 분석해 유사한 법령을 찾아주고, 법안 초안 작성을 도와준다. 또한 수백 건의 입법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어떤 법안이 어느 단계에서 지연되고 있는지를 자동으로 감지해 공무원이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플랫폼을 통해 공무원이 반복 행정에 쏟던 노력과 시간을 정책의 질을 높이는데 쓸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무원들은 국민의 필요에 응답하는 데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더 빠르고 더 똑똑하게 일하는 정부의 모습이다.

'국민이 주인'인 이 나라에서 법의 주인 역시 당연히 국민이다. 입법 과정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열어 보이고, 국민이 그 과정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보장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그 책무에 부응하는 더 유능한 정부를 만들어 가는 것은 모든 공무원의 마땅한 사명이다. 좋은 과정이 좋은 법을 만들고, 좋은 법이 더 나은 삶을 만든다는 믿음으로 법제처는 정부입법 통합 플랫폼 구축 사업을 반드시 성공으로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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