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한미 안보협의' 최대변수로…"깊어지는 갈등, 냉각기 가져야"

조성준 기자
2026.05.01 07:00

[the300]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10일 서울 시내 쿠팡 물류센터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2026.2.1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쿠팡이 전방위적인 로비를 통해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미 간 통상 문제가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의 안보 협의 사항 이행을 지연시키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이 쿠팡을 차별 대우하고 있다는 미 조야의 지적에 정부는 공정한 절차에 따라 법이 집행되고 있고 차별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쿠팡 문제가 한미 관계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더욱 세밀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범석 동일인 지정, "적법절차 따른 것…부정적 영향 없게 할 것"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현안질의에서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 책상에 김범석 쿠팡 의장의 사진기사 프린트가 놓여 있다. 2025.12.02. kkssmm99@newsis.com

외교부 당국자는 30일 전날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된 데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을 내린 것으로 쿠팡 관련 조사들은 국내법과 적법절차에 따라 처리해나가고 있다"며 "정부는 쿠팡 관련 이슈가 한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미국 측과 계속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와 정치권은 그러나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라며 우려는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도 공정위에 이의를 제기했으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을 불사할 전망이다. 아울러 미국 정부와 정치권에 쿠팡의 입장을 전달하는 등 로비 활동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최근 미 상원 로비공개법(LDA)에 따르면 쿠팡Inc는 지난 1분기(1~3월) 약 109만 달러(약 16억 원)를 로비에 지출했다. 쿠팡 측은 백악관과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 상무부, 재무부, 미국무역대표부(USTR) 등을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쿠팡 문제를 넘어 미국 기업 차별 문제 전반에 대한 우려를 지속 표명하고 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이 망 사용료를 부과하며 미국 콘텐츠제공업체(CP)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에 망 사용료 부과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으나 아직 처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과 다른 얘기로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쿠팡 문제, 한미 간 감정 갈등…냉각기 필요"

지난 21일에는 미국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54명은 강경화 주미대사에 서한을 보내 쿠팡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범여권 90명 의원은 미국 의회의 쿠팡 서한은 한국의 사법주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항의서한을 주한미국대사에게 전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이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이유로 한미 간 핵심 안보 협의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개시하기로 한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과 농축 우라늄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위한 '범정부 대표단' 협의는 여전히 개시되지 않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쿠팡 사태는 기업의 문제지만 한미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정부는 민간기업에 대한 '법적 절차'와 한미간 '안보 협상'은 별개라는 분리 대응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한미 간 안보 의제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다다른 만큼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외교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쿠팡 이슈가 한미 안보협력의 중요한 의제까지 건드리고 있어 갈등이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감정적인 대응보다 냉각기를 가지며 물밑 협상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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