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진영의 오랜 텃밭이자 이재명 대통령이란 정치적 자산까지 쌓인 인천 계양구 을. 22일 찾은 현장에선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견고하게 느껴졌다. 스스로 민주당원임을 밝히는 유권자들에게선 자부심까지 보였다. 그러나 이면의 피로감은 작지 않았다. 수십 년째 제자리인 지역 현안을 바라보는 고심이 깊다. 거물급 정치인들을 배출하고도 정작 "내 동네는 변한 게 없다"는 아쉬움이 새어 나왔다.
오는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선 이른바 '대통령의 남자'이자 전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김남준 민주당 후보가 여론조사 지지율상 앞서고 있다. 경쟁자인 심왕섭 국민의힘 후보는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 출신이다. 지역에서 초·중·고 시절을 보낸 '토박이' 이미지를 내세워 맞선다.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인 이곳은 야당 후보에게 험지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5선을 지낸 데다 이 대통령을 배출한 상징성이 큰 곳이다. 역대 선거마다 민주당 후보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해왔기에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김남준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여실히 드러났다.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21일 저녁 김 후보는 임학사거리에 위치한 선거사무실 인근에서 시작해 계양산 전통시장·임학역에 이르기까지 상권을 훑으며 바닥 민심을 짚었다. 2시간 남짓 진행된 유세 현장에서 상인과 주민 상당수가 스스로를 "민주당 당원"이라고 밝혔다. 거리 곳곳에선 "김남준, 김남준"을 외치며 "정말 잘해야 한다"고 크게 격려했다.
유권자들이 길거리에서 자신의 당적을 스스럼없이 드러낼 정도로 선거 구도는 진보 진영에 무게가 쏠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상인은 "이곳은 대통령의 지역구"라며 "다른 정당 후보들이 발도 못 붙이도록 지켜내라"며 김 후보에게 당부했다. 또 다른 주민은 "당선이 안 될 리 없겠지만 최선을 다해달라"며 응원을 보냈고, 김 후보는 "끝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피로감도 작지 않았다. 40년간 계양구에 거주했다는 복권방 주인은 "민주당이 이 지역을 수십년간 장악했는데도 발전이 안 됐다"며 "여기서 몇 선까지 한 사람들이 어떻게 발전 한번을 안 시켜주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전국적으로 구청에 역이 없는 곳은 드물다"며 "대통령도 이 지역을 나가시더니 감감무소식"이라며 아쉬워했다.
축산업을 운영하는 다른 상인도 "대한민국과 지역을 발전시키지 못하면 당원들도 선택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 계양을 지역은 장기간 개발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지역에서 '인천의 변방'이란 서러움 섞인 자평이 나오는 이유다. 행정구역 면적의 절반 수준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있는 데다 계양산 자락이라는 지형 특성상 대규모 택지 개발을 진행하기에 제약이 컸다. 특히 귤현역 인근에 위치한 군사시설 탄약고는 주변 지역의 인프라 확충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됐다.
야당이 줄곧 잃어버린 계양 30년을 되찾겠다며 지역 발전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다. 이에 김 후보는 전임 정치인들과의 '차별화'를 전략으로 맞받았다. 그는 현장에서 "송영길 전 대표나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적 자산이 있지만 저는 제 이름을 걸고 처음 나왔기에 성과를 못 내면 다음 기회가 열리지 않는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기자가 체감한 민심 또한 유세 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50대 택시기사는 "김남준이라는 인물 자체는 자세히 모르지만 이재명 대통령과 가깝다는 건 잘 안다"며 "이곳은 민주당색이 짙은 곳이라 이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계양을에 거주했던 40대 직장인도 "민주당 후보를 계속 뽑아줬지만 동네가 크게 좋아진 게 있는지 잘 생각해야 한다"며 "야당에게 지역을 내주지 않으려고 민주당을 줄곧 선택했던 면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