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에서 초박빙의 접전 끝에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대역전극을 이끌어 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명픽(이재명픽)' 행정가인 정원오 후보를 내세워 서울 탈환을 꾀했지만 '정권 견제론'에 기운 서울 민심은 여당 독주에 제동을 거는 선택을 했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개표 기준(개표율 97.83%)으로 오 후보는 48.96%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하며 사실상 당선을 확정했다. 2위 정 후보(48.32%)와의 격차는 단 0.64%포인트(p)로 집계됐다.
오 후보는 당선이 확실시되자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캠프 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의 이름으로 민주주의의 균형을 지켜주신 시민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어디에 사시든, 어떤 형편에서 출발했든 노력한 만큼 공정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도시를 완성해 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번 선거는 상식의 승리"라며 "시민 여러분께서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다시 한번 확고하게 세워주셨다"고 말했다.
정 후보도 승복했다. 정 후보는 "시민 여러분의 선택을 무겁고 겸허히 받아드리겠다. 제가 부족했고 모든 것이 제 탓"이라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고 더 깊이 듣지 못했고 더 넓게 마음을 얻지 못했다"며 "저를 믿고 함께 해주신 분들의 기대에 보답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전날 오후 6시 방송3사가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오 후보는 정 후보에게 5.4%p 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표 초반 10%p 이상 격차가 벌어지며 정 후보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으나 밤새 진행된 개표 결과 격차가 좁혀진 끝에 이날 오전 7시 17분 0.04%p 차로 오 후보가 역전해 승기를 잡았다.
오 후보의 막판 대역전극은 정부여당에 대한 서울시민의 견제 심리가 작동한 결과로 분석된다. 입법과 행정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사실상 여권에 넘어갔지만 서울에선 정권 견제론이 힘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선거기간 내내 "일 잘하는 대통령을 돕는 일 잘하는 지방정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도 "이재명 정부의 발목 잡는 시장(오 후보)이 아닌 대통령과 손발을 맞춰 국가 발전을 뒷받침하는 시장이 되겠다"고 유세를 펼쳤다.
반면 오 후보는 "정부의 오만함을 견제해야 한다"며 "최후의 보루인 서울만은 남겨달라"고 호소했고, 서울 민심은 정권 견제를 말한 오 후보에게 기울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모든 선거는 여당에 대한 평가가 포함돼 있다"며 "조작기소(공소취소) 특검법 등이 중도층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 탈환에 실패하면서 정부여당의 일방적인 국정 드라이브는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오 후보가 당선 시 국무회의에 참석해 민심을 전달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수도 서울시의 수장인 오 후보가 여권의 견제 세력으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번 승리로 사상 첫 '민선 5선 시장' 고지에 오른 오 후보의 정치적 존재감을 여권이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재건축·재개발과 세재 개편 등 지선 이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시행 과정에서도 갈등이 예상된다. 두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부동산 문제에 민감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개표가 진행되면서 좁혀졌고 결국 역전으로 이어졌다. 오 후보는 강남구에서 65.98%, 서초구에서 64.7%를 득표하며 정 후보를 30%p 이상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