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벨기에를 방문해 바트 드 웨브흐 벨기에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에 중소기업 간 경제 협력의 상호 거점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반도체, 배터리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또 유럽연합(EU) 측과도 정상회담을 통해 다음달 시행 예정인 철강 무관세 수입쿼터(TRQ) 등의 EU 규제 입법이 새로운 무역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전달한다.
이 대통령은 10일 오전(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총리 관저에서 78분간 정상회담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벨기에를 포함한 유럽 대륙을 본격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벨기에는 EU(유럽연합)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가 위치해 있어 유럽의 심장이라 불린다. 한국과 벨기에는 올해 수교 125주년을 맞이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뤼셀 시내 한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드 웨브흐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벨기에가 6.25 전쟁 당시 전투 부대를 파병해 대한민국이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해 준 것이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 데 기여했다며 감사를 전했다"며 "드 웨브흐 총리는 유엔(UN)사 회원국으로서 앞으로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지속 기여해 나가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양 정상은 올해로 발효 15년차를 맞는 한-EU FTA(자유무역협정)를 토대로 양국이 견고한 경제, 통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점을 평가하고 특히 배터리, 소재, 에너지 기반에서 양국 기업 간 투자가 지속 확대돼 향후 전략 산업 중심으로도 협력이 확대되도록 관심갖고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은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발전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와 한국 국제 교류 재단과 벨기에 루벤 대학교 간 한국학 교수직 설치 지원 협약서 등을 체결했다. 양 정상은 한-벨기에 간 직항 재개를 위한 방안 모색에도 뜻을 모았다.
강 수석대변인은 "양국이 양국 중소기업의 상호 해외 진출 거점으로 역할하며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이 대통령은 벨기에에 위치한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연구기관 '국제반도체연구개발기구(IMEC)'에 120여 명의 한국인 연구진들이 유수 연구진들과 나노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음을 언급, 양국 간 연구 협력이 지속 확대돼 미래 반도체 기술 발전에 따른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드 웨브흐 총리도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을 둔 한국과의 협력은 벨기에에도 유익한 일"이라며 "양국 협력이 강화되도록 관심 갖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에는 EU 측과 정상회담을 한다. 이번 이 대통령의 EU 방문은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스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초청에 따른 것으로 우리 정상의 8년 만의 EU 방문이기도 하다.
강 수석대변인은 "한-EU 정상회담에서 양측 정상은 안보 방위, 경제 통상, 기후 재생에너지, 디지털 첨단과학기술 등 양자 협력 뿐만 아니라 한반도, 중동 등 주요 지역 글로벌 현안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이라며 "EU가 추진 중인 철강 관세 쿼터(TRQ),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국제 규제 입법이 EU의 경쟁력 강화와 기후 변화 대응 등 취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무역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위 사안들에 대해 양측이 계속 긴밀히 소통해 나가자고 당부할 예정"이라며 "양측은 중동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와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규범 기반의 국제 질서, 다자주의, 자유무역질서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유사 입장 파트너로서의 공조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U는 다음달부터 철강 수입 규제를 강화, 무관세 물량을 줄이고 기준 물량 초과 제품에 대한 관세를 현행 25%에서 50%로 인상하기로 해 최근 국내 철강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