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든 개혁신당이 본격적으로 당의 새로운 노선과 방향성 설정에 나선다. 당 지도부와 출마자들의 회동에서 제시된 의견을 바탕으로 비전 수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선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 등의 당선으로 '합리적 보수'가 주목받고 있는 만큼 개혁신당이 존재감을 보이려면 큰 틀에서의 아젠다(의제) 설정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준석 대표 등 개혁신당 지도부는 오는 18일 수도권을 시작으로 충청·영남권을 순차적으로 방문해 6.3 지방선거 출마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당과 후보자들의 단합력을 강화하고 선거를 복기하자는 취지에서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후보들 모두 중앙당이 직접 면접 보고 공천한 소중한 자산"이라며 "선거 결과를 복기하고 당을 개선하기 위해 후보자들의 선거 경험과 당의 방향성·미래에 대한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는 출마자들 의견을 취합해 향후 당의 노선·방향성을 다지는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개혁신당은 전국에서 기초·광역의원, 단체장 후보를 출마시켰지만 경기 화성시의원 1명만 당선되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이번 선거 결과를 '참패'로 평가하고 다음 총선을 위해 당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거대 양당과 단일화 없이 최근 총선·대선·지선을 치러내며 독자성을 확인한 것은 성과로 꼽힌다. 개혁신당은 '윤 어게인' '부정선거론'과 선을 긋는 등 중도, 합리적 보수 노선을 일관되게 밟았다. '통일교·공천헌금 특검법' 도입, '공소취소 특검법' 저지 등 대여 투쟁 국면에서도 개별 이슈를 선점하는 등 성과가 있었다. 개혁신당 인사는 "'공소취소' 저지 등 개별 사안에서 다른 정당과 연대할 수 있지만, 큰 틀에서는 국민의힘과 차별화를 이어가며 세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선 과제로는 '큰 틀의 국가 비전 수립'이 꼽힌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8.34%를 득표해 대선 주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대표와 개혁신당을 분리해서 보면, 당이 가진 '비전'이나 '아젠다'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정치권 관계자는 "합리적 목소리를 내고 개별 이슈에 빠르게 대응해온 것은 잘했지만 거대 양당이 비슷한 목소리를 내면 이슈가 넘어간다는 한계가 있다"며 "산업·외교·안보·정치제도 개혁 등 큰 틀의 비전이 실종됐다. 이를 분명히 제시해 '개혁신당은 이런 것을 하려는 당'이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앙당이 큰 틀에서 비전을 제시하고, 시도당은 지역 생활 이슈를 발굴해야 한다"며 "유권자들의 OMR카드에 '이준석'은 있지만 '개혁신당'은 흐릿한 상황을 벗어나야 총선에서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했다.
기본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과학기술 보국, 산업 육성, 신진 정치인 육성, 복지 제도를 통한 사회 통합 등을 구체화해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유권자들이 점점 극단적인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정치 환경"이라며 "단순히 좌·우의 중간이라는 구호로는 부족하다. 확실한 미래 아젠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출마자들 사이에서는 시·도당 운영의 자율성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보수 진영 한 인사는 "지방·보궐선거로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의원이 당선되며 '합리적 보수'의 파이가 커진 상황"이라며 "창당한지 2년 반이 됐으니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이 국면에서 존재감을 보여야 총선도 대선도 치러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