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8박10일 간의 취임 후 첫 유럽 순방을 마치고 18일 귀국한다.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내건 취임 2년차 대(對)유럽 외교에 본격 시동을 건 것으로 26년 만의 이탈리아 국빈방문, 레오 14세 교황과의 만남 등 굵직한 일정들을 소화했다. 또 2년 연속 초청받은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수시로 만나 한반도 정세에 대해 심도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실리도 챙겼다.
이 대통령이 이번 유럽 순방에서 가장 오래 머문 곳은 이탈리아다.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국빈자격으로 방문했는데 우리 정상이 이탈리아를 국빈방문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6년 만이다. 이탈리아는 한 해 두~세 차례만 대통령실 주관의 국빈방문을 접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빈방문이 매우 드문 일인 만큼 이탈리아는 각별한 예우를 보여줬다. 이탈리아는 이 대통령이 입국할 당시 전투기 두 대를 띄워 이 대통령을 태운 공군 1호기를 호위하도록 했다.
또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외국 정상에 대한 최고 등급 훈장인 '이탈리아 공화국 기사대십자 공로 훈장'도 수여했다. 이는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필립 벨기에 국왕 등도 받은 훈장으로 이 대통령이 외국 정부로부터 받은 첫 훈장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훈장에 대해 "한국과 이탈리아의 우호 관계를 증진시킨 이 대통령의 기여를 평가하고 최고 수준의 예우를 표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자신의 X(엑스)에 "이재명에 대한 예우가 아닌 대한민국, 그리고 대한국민에 대한 예우"라며 "최고의 민주주의국가, 최대로 효율적인 나라, 세계적인 문화국가에 대한 그리고 그런 나라를 만든 위대한 대한국민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순방에서 눈에 띈 점은 이 대통령 취임 후 1년 새 세 번째 회담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케미'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UN·국제연합) 총회 일정 참석차 방문한 미국 뉴욕에서 멜로니 총리와 첫 회담을 했고 당시 멜로니 총리가 "9세 딸이 K-팝 팬"이라며 친근함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의 한국 초청을 제안받은 멜로니 총리는 실제 지난 1월 공식 방한했는데 현 정부 출범 후 처음 방한한 유럽 정상이자 청와대 복귀 후 맞는 첫 외빈이었다.
두 정상은 세 번째 회담에서 경제, 우주항공, 첨단 기술과학, 문화, 사회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더욱 구체화했다. 특히 이 대통령의 이번 방문 직전, 이 대통령이 지난 1월 우려를 표했던 이탈리아의 초감가상각제도에서 불합리한 요건이 해소돼 우리 기업에 숨통이 트이는 성과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이탈리아 동포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탈리아 정부가 공인가이드 자격증 관련 민원을 해결해 준 데 대해 "멜로니 총리의 일처리 속도가 놀라울 정도"라며 "이재명 정부도 빠르다고 정평이 나 있는데 멜로니 총리는 더 빠른 것 같다. 이탈리아 일 처리가 늘 그렇게 빠른 건 아니라고 하니 더 인상적"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이탈리아에 머무는 동안 한국 축구대표팀이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체코에 승리했는데 멜로니 총리가 회담 자리에서 이를 축하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이탈리아와 월드컵 본선에서 만났어야 했는데 아쉽다"고 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지난 14~15일 교황청(바티칸)을 공식 방문, 레오 14세 교황과도 만났다. 교황은 전세계 평화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열린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 기념연설을 통해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해 대화와 평화 공존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대북 기조를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 대통령이 교황청을 반문해 미사에 참석하고 기념연설을 한 것은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 이후 8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또 15일 레오 14세 교황을 예방해 주로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가톨릭계 대규모 행사인 '세계청년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한반도 문제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 등도 만나 교황청 측에 방북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파롤린 국무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라는 성서 구절을 인용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라 하자 파롤린 국무원장은 "인내 뿐만 아니라 희망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반도 평화에 관한 논의는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장에서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이 지난 16일 G7 정상회의에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해 기념촬영 도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깜짝 만남이 이뤄지면서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촬영 도중 만나 약 30초간 대화했다. 지난해 10월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이후 얼굴을 맞댄 후 약 8개월 만의 만남이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남북 관계 근황을 묻자 이 대통령은 "중동전쟁을 해결한 것처럼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같은 날 저녁 만찬장으로 이동하면서 이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 동행한 김혜경 여사를 "My Wife(마이 와이프·제 아내)"라고 소개했고 이에 김 여사와 트럼프 대통령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만찬에서 이 대통령 부부는 트럼프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 앉아 상호 관심사를 논의했다.
만찬 자리에서는 2시간이나 심도깊은 대화가 이어졌다. 만찬에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내 자유로운 항행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한편 한반도에서의 평화를 위한 기여 방안을 두고 긴밀히 소통하자고 했다. 조선 분야 등 한미 호혜적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강한 지도자'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2년 연속 초청받은 G7 정상회의에서 한결 여유로운 모습도 보였다. 지난 16일 회의장에 입장하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악수한 손을 놓지 않는 등 친근함을 드러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4월 국빈 자격으로 방한했다. 또 17일 회의장에서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방한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만나 회의 시작 전 10분 넘게 대화를 나눴다. 이밖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등과도 인사를 나눴다.
한편 이 대통령은 비교적 장기간의 이번 순방 기간 중 처음으로 국내 참모진과 화상으로 연결해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화상회의를 통해 최근 6·3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른 시위대의 행태와 관련해 "사적 검문 및 위력을 동원한 업무 방해 행위는 엄정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아울러 각 수석실로부터 주식시장부터 청년 정책, 안보에 이르기까지 현안을 두루 보고받고 점검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든 공직자들은 몸이 어디에 있든 국민의 삶을 살피는 데 한 치의 빈틈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순방 중 화상회의를 연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귀국 직후인 19일에도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참모진과 현안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