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후반기 의장단이 선출된 지 보름여가 지났지만 원 구성 협상은 제자리걸음이다.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두고 '조작기소 특검' 등 입법 주도권을 쥐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이를 견제하려는 국민의힘이 충돌한다. 여기에 당장 다음 달 발표될 세제 개편안을 두고 재정경제기획위원회를 비롯한 경제 상임위도 격전지로 부상했다.
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1일 머니투데이 the300(더300)에 "원 구성 협상에 있어 국민의힘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고 이번 주까지는 협상을 열어둔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며 "법사위원장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며 늦어도 이달 말까지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지난 5일 선출된 조정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연 이후에도 공개·비공개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양측의 입장이 워낙 완강하다. 민주당은 이번 주 본회의를 원 구성 처리를 위한 사실상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이번 주말에도 야당과의 물밑 조율을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법사위원장 자리가 이번 원 구성 협상의 핵심 변수다. 민주당이 발의한 '조작 기소 특검법' 등 여야 쟁점법안의 본회의 직전 최종 관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조작 기소 특검에게 이례적으로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했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 형사사건의 공소를 취소하려 한다며 반발하는 이유다.
원 구성 협상의 시한이 다가올수록 발언 수위도 강해졌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사위를 민생 법안의 무덤으로 만들었던 국민의힘이 다시 (위원장직을) 손에 쥔다면 견제와 균형이 아니라 또 한 번 입법의 무덤이 될 뿐"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와 여당의 입법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법사위원장 자리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관행을 강조한다. 통상 국회는 제1당이 국회의장을 맡고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왔다.
일각에선 원 구성 협상이 장기전으로 치달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무기로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독식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이유다. 그러나 민주당 입장에서도 정치적 모험에 대한 부담이 크다. 6·3 지방선거 이후 투표용지 사태와 여권 내 계파갈등이 겹치며 당 지지율 흐름이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시한을 정해 원 구성을 압박하되 막판에 타협점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청와대발(發) 세제 개편 드라이브도 변수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반도체 호황으로 창출된 부가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경계하며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사실상 정부 세제개편안에 보유세 강화 방안이 담길 것이란 평가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하반기 세제 개편 과제에 속도를 내기 위해선 재경위원장 자리 확보가 필요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역시 핵심 경제 상임위 확보에 사활을 걸고 실리 싸움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이날 국민의힘 재경위 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머니투데이에 "보유세율 인상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재정을 아껴서 민생을 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증세가 말이 되는가"라며 상임위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상임위원장 후보군도 관심 사안이다. 민주당에선 장관·상임위원장 이력이 없는 3선 의원들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운영위원장은 관례상 여당 원내대표인 한병도 원내대표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원장에는 조승래 의원, 정무위원장에는 유동수 의원, 과방위원장에는 이언주 의원, 국토위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등이 언급된다.
국민의힘에선 김성원·김정재·김희정·송석준·송언석·이만희·이양수 의원 등 상임위원장 이력이 없는 3선 의원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4선 중에서는 안철수·유의동 의원이 위원장직을 맡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