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이후 더불어민주당 내 자성론이 분출하는 가운데 민생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제안이 나와 주목된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경기 하남시갑)이 제안한 '미래펀드' 구상 얘기다. 태어난 아이에게 1억원을 적립해 7% 복리로 운용, 은퇴 시점에 약 60억원으로 노후를 보장하거나 미래세대를 위해 재투자하는 파격 제안이다.
이 의원은 지난 17일 출간한 신간 '국민을 부자로 만드는 나라-AI(인공지능) 시대, 유능한 정부의 길'을 통해 AI 시대의 국가 전략과 7대 분야 40개 실용 정책 과제를 발표했다. 그는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은 부동산·일자리·노후 등 먹고사는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국민 삶과 직결된 문제를 해결하는 민주당이 유능한 실용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이 설계한 미래펀드는 복지 재원을 복리 방식으로 마련하는 방안이다. 출생아 1인당 1억원을 적립해 노르웨이 국부펀드 수준인 연 7% 복리로 운용하는 게 골자다. 이 자금은 20년 뒤 약 3억8000만원으로 불어난다. 이 중 1억원을 만 20세 청년에게 진학·사회 진출을 위한 기본 자산으로 지급한다. 남은 자산을 45년간 더 운용하면 65세 은퇴 시점에 무려 6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40억원은 개인 노후 자산으로 주고 나머지 20억원은 국가가 회수해 다음 세대에 재투자한다. 청년에게는 자립 종잣돈을 제공하고 어르신에게는 든든한 노후를 보장해 지속 가능한 복지를 만들겠다는 대안이다.
해마다 사라지는 기업의 포인트·마일리지도 손질 대상이다. 이 의원은 이러한 자금을 골목상권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간 약 6조원의 카드 포인트, 약 3조6000억원의 항공 마일리지 등이 적립되지만 매년 약 1000억원이 소멸한다. 발행 시점에는 부채였다가 소멸하면 매출로 잡히는 회계 구조가 이러한 흐름을 부추긴다.
이 의원은 상법상 소멸시효에 맞춰 유효기간을 최소 5년으로 법제화하고 소멸 직전 포인트를 현금 환급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또 제로페이·마이데이터와 연계한 공공 교환 플랫폼에서 모든 포인트를 한 번에 쓰는 방안도 담았다. 소멸한 포인트의 일정 비율을 소비자보호기금으로 내는 '소멸부담금'도 복안이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포인트를 소멸시킬 유인을 없애는 방안이다.
매출이라는 잣대로 대·중견·중소기업을 가르는 틀도 깨자고 제안했다. 기업이 성장을 두려워하는 '피터팬 증후군'을 겨냥한 처방이다. 현재는 중소기업을 졸업하는 순간 160여 가지 혜택이 사라지고 R&D(연구·개발) 세액공제율이 최대 25%에서 8~15%로 급락하는 등 '규제 절벽'에 직면한다. 이 경우 매년 111조원의 경제적 가치가 사라진다는 게 이 의원의 분석이다.
실제 중견기업 10곳 중 3곳은 다시 중소기업으로 돌아가기 위해 법인 분할을 검토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에 따라 기업 규모에 맞춰 혜택을 단계적으로 줄여가는 '슬라이딩 방식 인센티브'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의원은 "우리를 선진국으로 이끌었던 추격자 전략을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선도자의 길을 가야 한다"며 "민주당이 유능한 실용적 정책정당으로 다시 출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