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국회 입성 이후 입법 활동을 고리로 국민의힘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거취 논란으로 당내 시선이 지도부 책임론에 쏠린 사이 한 의원은 선거관리위원회 개혁, 선거제도 개편, 표현의 자유 등 보수 진영의 핵심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정책 역량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한 의원은 25일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해 다음달 7일 시행되는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에 대해 시행 유예와 재개정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이 법을 '온라인 입틀막법'으로 규정하고 비판해왔다.
한 의원은 "이 법은 정부가 불법이라고 판단하는 게시물을 포털이나 커뮤니티 사업자가 사전 검열하도록 하고 정부 말을 따르지 않으면 사업자에게 벌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위헌이고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므로 시행하지 말고 즉시 재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한 의원의 이날 메시지를 단순한 비판이 아닌 원내 입성 이후 본격화한 '입법 정치'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장 대표 체제가 선관위 사태와 재선거 요구, 지도부 사퇴론에 묶여 있는 사이 한 의원이 정책 의제를 통해 '준비된 대안' 이미지를 쌓고 있다는 평가다.
한 의원은 앞서 1호 법안으로 감사원의 감찰 대상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와 소속 공무원 직무를 포함하는 감사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목되는 대목은 공동발의자 면면이다. 한 의원의 1호 법안에는 친한계로 분류되는 의원들뿐 아니라 국민의힘 중진과 비주류, 당권파 인사들까지 이름을 올려서다. 김기현·윤상현·김도읍·김태호·박대출·유의동·윤재옥·이헌승·한기호 의원 등 중진들이 참여했고, 장 대표 특보단장인 김대식 의원과 당 전략기획부총장인 서천호 의원도 공동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추진하는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도 손을 보탰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사전투표제 폐지 및 본투표 이틀 확대 공직선거법 개정안에도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것이다. 한 의원은 SNS에 "사전투표 없애고 본 투표 연장하는 것이 저의 오랜 생각"이라고 적었다.
한 의원의 행보는 보수 재건론과도 맞물려 있다. 한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토론회에서 "정의와 유능함이 무너진 상태에서 보수 정치가 실력과 유능함을 보여줘야 한다"며 "2028년 총선에서 압승하고 2030년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아오는 것이 보수 재건의 목표"라고 말했다.
당내에서 한 의원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씩 달라지는 분위기가 읽힌다. 한때 탄핵 정국과 당 대표 사퇴 과정을 거치며 한 의원에게 씌워졌던 '배신자 프레임'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이후에는 보수 재건을 위한 전략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채널A 라디오에서 "한 의원은 배신자 프레임을 벗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당내 '한동훈 포비아'가 과거 100이었다면 지금은 30 정도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한 의원을 "좋은 정치로 우리 당이 다시 이기는 데 앞장설 수 있는 유력한 정치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정치권의 관심은 한 의원의 복당과 차기 당권 구도로 모인다. 장 대표 체제가 흔들릴 경우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전환과 전당대회 시점, 차기 대표의 임기와 공천권 문제가 동시에 쟁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이 복당에 성공하면 차기 총선 공천권을 겨냥해 전당대회 재출마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도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친한계 등에선 현행 단일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바꾸거나 전당대회 때 민심과 당심 반영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규정대로 전당대회가 치러질 경우 장 대표가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재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복당과 당권 도전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서 한 의원 복당 문제와 관련해 "복당 문제는 아직 우리 당내 총의가 모아지지 않았다"며 "당원들의 의견도 묻고 국회의원들의 총의를 모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의원도 보수의 한 축"이라며 "2028년 총선과 2030년 대선이라는 큰 프로젝트가 남아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