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제 2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찾아 나서야 되는 고민들이 있고 정부로서도 그 거대한 입지, 전력, 용수를 어떻게 지원할지 논의들을 진지하게 하고 있는 단계"라며 "논의가 확정되면 기업, 각 부처들을 한꺼번에 모아 국민들께 설명드릴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남권을 중심으로 한 신규 반도체 벨트 구상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 실장은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나와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전공정·후공정을 아우르는 공장 건립을 위해 호남권, 충청권 등 지방을 중심으로 수 백 조원을 투자할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온 것과 관련해 향후 정부의 정책 방향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김 실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공장 완공 시기를 10년 이상 앞당기고 있다"며"수도권에는 더 이상 (공장을 지을) 땅이 없고 전력도, 용수도 (충분한 공급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을 중심으로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 중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공장 건립 계획들을 내놨다. SK하이닉스는 용인에 반도체 팹(공장) 4기를, 삼성전자는 팹 6개를 짓는 계획을 내놨고 팹 건설에는 1기당 7~8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SK하이닉스는 마지막 공장 완공 시기를 2044년으로 설정했지만 이를 2034년으로 10년 가량 앞당겼고 삼성전자도 2048년까지 봤던 완공 시기를 10년 이상 앞당길 것이란 전망이다.
김 실장은 "2034~2035년 이후에는 수도권에 땅이 더 이상 없기 때문에 그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현재 거론되는 지방의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는 현재 건설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옮겨가는 게 아닌, 새롭게 추가되는 클러스터라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AI(인공지능) 시대 산업은 막대한 전력과 부지,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필요로 한다"며 "데이터 센터와 첨단 제조업, 재생에너지와 미래 전력망은 오히려 지방의 강점과 맞닿아 있다. 산업화 시대에 제조업이 지방에서 시작됐듯 AI 시대의 새로운 산업지도 역시 지방에서 다시 그려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균형발전은 새로운 성장전략의 시각에서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실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고 7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불거진 반도체 성과급 논쟁도 거론했다. 김 실장은 "노조가 70%의 영업이익률을 갖고 노사 협상 대상으로 한 것은 최초다. 특별한 일을 보고 있는 것"이라며 "이제부터 사회적으로 논의를 진지하게 해야 한다. 룰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각 나라 사례들을 찾고 있는데 사례가 그렇게 많지 않다. 프랑스 같은 경우 노동법에 '이익분배 규정'이라는 게 있어서 참고하고 있는데 거기에도 1인당 한도가 있다. 계산해 봤더니 1인당 7000만원"이라며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고 종합적으로 봐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반도체 기업들의 호황으로 올해 역대급 법인세가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출을 늘리는 쪽보다 미래 대응에 쓰겠다는 게 기본"이라며 "이번 호황 만큼 다른 영역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데 세수를 쓰고 청년 세대를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년연장도 거론됐다. 김 실장은 "인구구조 등을 보면 정년연장하는 게 맞지만 지금의 연공서열 체계를 그대로 둔다면 청년세대와 합의가 안된다"며 "국회 정년연장특별위원회에서 마련한 안이 굉장히 좋은 발판이 된다고 보고 있다. 이것을 기초로 청년 세대, 기업들의 입장이 많이 반영돼 하반기에 진지한 대화가 더 많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