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문한조강털새똥래돼유주길

우경희 기자
2026.06.30 05:00

[the30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2025.12.02. kkssmm99@newsis.com /사진=

혹시 제목에서 빠진 글자가 있어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어차피 입에 담거나 듣기에 불쾌해 할 독자가 대부분일 터라 구태여 꼼꼼히 확인하지 않았다.

정치적 반대파를 토론 상대가 아니라 체제의 적으로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제헌국회 초반엔 '프락치'가 그랬다. 1949년 국회프락치 사건까지 이어졌다. 자유당 시절엔 '사사오입'이라는 사건명이 있었는데, 이후에 자유당식 억지 정치를 다 묶어서 사사오입이라 불렀으니 정치적 혐오 표현의 원조라고도 할 만 하다.

좌빨, 수구꼴통도 빼놓을 수 없다. 상대는 빨갱이고 나는 애국자, 상대는 꼴통이고 나는 깨어있는 시민이다. 장기간 유통된 정치적 낙인이자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멸칭들이다.

2007년 대선에서 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친노(친노무현) 진영을 두고 '폐족'(廢族)이라고 자책했는데, 이 역시 정치적 멸칭이 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따르던 '친윤계' 중 일부는 자책 수단으로, 반대파들은 공격 수단으로 이 멸칭을 곧잘 활용한다.

팬덤정치 시대가 오면서 '빠'(극렬지지층)와 '까'(극렬비판층)도 정치 콘텐츠를 점령했다. 지지자는 팬이고 반대자는 안티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간, 자발적 결사체의 이름으로 시작한 것들이 조롱과 혐오의 이름으로 굳어졌다.

최근의 괴상한 합성어들이 낯설지 않은 것은 혐오가 정치의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망설임없이 사용하는 멸칭 탓에 국민들의 '혐오 역치'도 엄청나게 높아진 거다.

요즘은 멸칭과 혐오 표현의 대상이 상대 진영만을 향하는 것도 아니다. 같은 진영 안에서 서로를 향해 멸칭을 던지는데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본다. 그들이 그걸 분별이라 한다면 알아서 하라고 할 일이다. 누가 진짜 개혁세력인지, 누가 진짜 충성파인지, 누가 진짜 배신인지를 말 몇마디로 가려낼 수 있다고 믿는다면 할 말은 없다.

다만 국민 다수에게는 다 똑같은 소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난무하는 멸칭은 국민들의 동의가 아니라 혐오를 부른다. 털이니 똥이니 해야만 멸칭이 아니다. 'ABC'라고 영어로 부르면 좀 더 고상한가. 갈라치기의 의도와 본질은 모두 똑같다.

정치 고관여자들은 그 말을 들으며 '그럼 난 누구 편인가' 하며 웃을지 모르지만 많은 국민들은 그 말을 해독하려조차 하지 않는다. 그냥 한 발 물러난다. 계속 물러나다보면 정치는 결국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다. 너무 멀어져서 나중엔 다시 가까워지지도 못할 것 같다.

멸칭은 누워서 침뱉기다. 상대를 더럽히려고 오물을 집어던지자면 먼저 내 손에 지저분한 게 묻는다. 낮은 수준의 말로 정치를 하면 낮은 정치만 남는다. 정치가 사라지고 계파만 남는다. 토론이 아니라 색출만 남는다. 어떤 국민이 저런 말과 행동에 설득될까.

멸칭을 섞은 칼럼 제목을 정하면서 빠진 글자가 있을까봐 걱정했는데, 저런 제목을 독자들 앞에 내놓을 수밖에 없는 정치 현실이 서글프다. 부끄럽고 죄송하지만 다른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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