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당·정·군 연합회의를 소집해 박희철 전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과 측근들의 부정부패 사건을 공개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했다. 박 전 부국장은 조직권과 인사권을 이용해 지난 4년간 뇌물을 받고 측근들을 주요 직위에 배치한 혐의를 받는다.
11일 뉴스1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 평양에서 진행된 당·정·군 연합회의에서 박 전 부국장과 그 추종자들의 특대형 부정부패 행위를 폭로하는 자료 통보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 총비서를 비롯해 당과 정부, 군 지도부는 물론 조선인민군 각급 지휘관, 성·중앙기관과 당·정권기관 관계자, 주요 공장·기업소 책임자, 규율조사 부문 및 사법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 총비서는 회의에서 "부정축재를 억제하고 적발·제거해야 할 중임과 권한이 부여된 책임적인 직위(총정치국)에 있는 자가 그 권한을 사리사욕의 무기로 도용하고 부정부패의 주모자로 등장한 데 이번 사건의 본질이 있다"며 "당의 규율건설 노선에 도전한 정치적 범죄이자 국가와 인민의 이익을 침해한 고의적인 탐오행위와 약취 범죄"라고 말했다.
김 총비서는 "우리 당이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쟁을 선포하고 투쟁 강도를 높이는 때에 특대형 부패 사건이 발생했다는 데 문제의 엄중성이 있다"라고 지적하며 각급 규율조사 부문에 주의를 환기시킨다고 당부했다.
총정치국은 북한군의 당 조직 운영과 사상·정치 사업을 총괄하는 핵심 기관이다. 각 부대에 배치된 정치위원과 정치지도원을 통해 당의 노선과 정책이 군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감독한다. 또 조직·인사와 사상 통제 권한을 바탕으로 군 내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박 전 부국장은 총정치국에서 조직과 인사를 담당했던 핵심 간부다. 북한이 군 핵심 정치기관 고위 간부의 부패 혐의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회의를 통해 처벌 사실까지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군 내부 기강을 다잡는 동시에 당의 군 통제력을 재확인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지난달 말 박 전 부국장의 부정부패 의혹을 정식 사건으로 입건해 조사에 착수하도록 했다. 이후 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2차 전원회의는 박 전 부국장을 당 중앙지도기관에서 소환하고 사법기관에 이첩하기로 결정했다.
박 전 부국장의 측근들은 인사상 특혜를 받는 대가로 뇌물을 제공하거나 그의 부정부패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은 뇌물 규모나 구체적인 범행 수법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 최고재판소는 박 전 부국장과 공범들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형량 등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