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차기 당 대표 선출 방식을 결정하는 데 실패했다. 선호투표제를 지지하는 친명(친이재명)계와 결선투표제를 주장하는 친청(친정청래)계가 한 치의 물러섬을 보이지 않으면서 담판이 결렬됐다. 사흘 뒤로 다가온 후보자등록일까지 선출 방식이 확정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2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출방식 확정을 위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산회했다. 최고위에서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5일 오전 최고위에서 결정을 끝내겠다는 나름의 로드맵을 수립한 상태지만 내일(13일) 관련 논의를 위한 비공개 최고위 개최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고위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시작됐으나 시작 20여분 만에 정회됐다. 한병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친명계가 선호투표제 도입을 위한 당규 개정안을 상정했고 이에 친청계가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이 감정적 언사를 나눴을 정도로 회의 분위기가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은 정회 후 이견을 좁히기 위해 대화에 나섰으나 끝내 조율에 실패했다. 이후 회의는 속개 없이 산회됐다. 회의 결렬 직후 민주당 공보국은 주 3회(월·수·금) 정례적으로 열었던 공개 최고위가 13일 개최되지 않는다고 공지하며 양측 갈등이 심각한 상황임을 암시했다. 친명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친청계 문정복·이성윤·박지원·박규환 최고위원은 별도의 브리핑을 갖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문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3일의 시간을 남겨놓고 당규까지 개정하자는 것은 '어느 팀'에서 요구하는 제도를 고착시키기 위한 빌드업이라 생각한다"며 "당원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절차 없이 진행한다는 점에서 저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일방적으로 펀치를 맞는 기분이다. (저희 네 사람은) 민주당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일이 무엇인지 온 힘을 다해 강구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최고위 안건으로 선호·결선 투표제 안건을 두고 토론할 줄 알았는데 올라온 안건은 당규 개정안이었다"며 "예상되는 특정 후보와 합의한 것처럼 (선호투표제를) 강력하게 밀어붙이는지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회의 결렬 후 SNS(소셜미디어)에 친청계 지도부 네 사람이 찍은 사진과 함께 "코너에 몰려 난타당하니 매우 아픈 느낌"이라고 했다.
앞서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도 이날 오전 SNS에 선호투표제 공방이 자신을 향한 뭇매라고 표현한 한 언론사 만평을 공유하며 "맞으면 많이 아프다. 잘 견뎌볼 것"이라고 했다. 또한 최고위 직전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 주관으로 열린 첫 당권주자 합동 정견발표에서도 선호투표제 공방을 의식한 듯 "경쟁도 싸움도 1대1이어야 한다. 2대1이나 3대1로 싸우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반면 친명계는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송영길 의원은 이날 SNS에 "선호투표제는 지난해 7월 당무위원회가 결정하고 이번에 전준위(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다시 의결한 사항"이라며 "(정 전 대표 체제) 아래서 경기도당위원장도 국회의장 선거도 이같은 방식으로 치렀는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김 전 총리도 전날 "최고위는 조속히 전준위 의결 사항을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전준위는 지난 7일 당 대표 선거를 선호투표제 방식으로 치르기로 의결했다. 정 전 대표 측이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반발했고 전준위는 지난 9일 "당헌·당규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공이 최고위로 넘어온 상황이다.
선호투표제는 3명 이상 후보가 출마할 경우 투표자가 1~3순위 후보를 한꺼번에 기재하는 것을 말한다. 1차 집계에서 과반을 얻은 후보가 나오면 당선자가 확정되지만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 집계에서 제외되는 3위 후보자를 1순위로 뽑은 투표자들이 2순위로 누구를 더 많이 선택했는지에 따라 승자가 가려지는 제도다.
정치권에선 정 전 대표 측이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이 동시에 출마할 경우 자신이 불리하다고 보고 반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결선투표제의 경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 후보 간 대결이기 때문에 1:1 구도에서 경쟁력이 더욱 높다고 정 전 대표 측이 판단한다는 것이다.
한편 최고위는 총원 7인 가운데 4명이 친청계다. 이에 따라 표결에 부쳐질 경우 친청계 뜻대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