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메르코수르(Mercosur·남미 공동시장) 무역협정(TA) 협상 재개는 물론 다방면에서 협력과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실무 그룹을 설치하기로 했다. 브라질의 부통령과 청와대 정책실장이 핵심 축이 된다. 또 양국 정상은 올해 하반기 방산공동위원회 출범에도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 대통령 관저에서 룰라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한-브라질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 2월 룰라 대통령의 방한 회담 이후 5개월 만에 이뤄졌다. 또 우리 대통령의 브라질 국빈 방문은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1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담을 통해 2026년을 '한-브라질 전략적 동반자 관계' 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지난 2월 '4개년 행동계획'에 이어 공동성명을 채택하며 양국 협력의 미래 비전을 더욱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담의 성과로 △양국 관계 발전의 핵심 동력인 경제협력 기반 강화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자원·에너지 분야 전략적 협력 강화 △첨단·미래 산업 분야 협력 확대를 통한 신성장 동력 창출 △문화와 인적 교류 확대 △국제사회에서의 전략적 공조 강화 등 다섯 가지를 꼽았다.
이 대통령은 특히 양국이 함께 창출할 신성장 동력의 방점을 우주·방산 분야에 찍었다. 브라질은 세계 3위 민간 항공기 제조업체 브라질 엠브라에르를 보유한 글로벌 항공 강국으로 통한다.
이 대통령은 "양국은 올해 하반기 방산공동위원회 출범에 합의했다"며 "'군사·국방 비밀정보 보호 및 교환에 관한 협정'을 추진해 국방과 방산 분야의 새로운 협력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하반기 대한민국 공군이 도입하게 될 브라질의 'C-390' 수송기에 우리 기업들의 부품이 탑재된 것은 양국 방산 협력의 상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며 "이러한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 미래 항공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상호 강점을 활용한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수한 성능이 입증된 우리의 다양한 방산 장비들이 중남이 최대 방산 강국인 브라질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대통령님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또 "항공우주와 우주산업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며 "'우주 협력 MOU(양해각서)'는 민간 발사체 발사 절차를 간소화하고 위성 데이터 공유와 우주 탐사 등 우주 분야 전반의 협력 범위를 넓혀 양국이 미래 우주 시대를 함께 열어가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9월 발사체 발사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며 "제가 이 곳에 와서 직접 봤으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영상으로라도 직접 확인하겠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12월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이미 대한민국 최초의 상업발사체 '한빛-나노' 발사를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올 하반기 재차 도전에 나선다.
룰라 대통령도 "알칸타라에서 새 발사체를 공동으로 발사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1차는 잘 안됐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 재개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일수록 한국과 메르코수르 간 무역협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는 것에 깊이 공감했다"며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은 우리 기업에는 남미공동시장으로 진출할 기회를 확대하고 브라질 기업에는 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자원부국 브라질과 광물, 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도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브라질은 세계적인 핵심 광물 보유국"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저와 룰라 대통령님은 양국 기업과 기관 간 핵심 광물 공급망의 전 주기에 걸친 협력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관계 기관 간 후속 협의를 통해 양국의 강점을 바탕으로 한 호혜적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우리 기업들의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 기반을 마련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에너지협력 MOU 체결을 통해 청정에너지와 에너지전환 분야에서도 협력의 폭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번 회담을 계기로 체결된 '산업기술 협력 MOU'를 통해서도 양국 산업 경쟁력을 고도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반도체 협력이 브라질의 산업 경쟁력 강화와 우리 기업의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뒷받침하는 모범적인 상생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양국 정상은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 재개 등을 위한 실무그룹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그룹에 대해 "브라질 부통령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핵심 축으로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직접 소통을 해 나가기로 했다"며 "이를 통해 지금 매우 부족한 한국과 브라질 간 경제, 산업, 안보,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협력과 교류를 더욱 심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룰라 대통령은 그룹에 대해 "양 국가의 민감한 부분들을 발굴함으로써 한국과 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을 재개하는 데 있어 장애물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룰라 대통령은 또 "(브라질은) 많은 가축을 대한민국으로 수출하고 있다"며 "내년 브라질 내 여러 가축 도축장에 대해 대한민국 측으로부터 현지 실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이 대통령은 브라질에 중남미 최대 규모의 한인사회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양국의 문화·인적 교류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체결한 '영화 협력 MOU', '체육 협력 MOU', '교육 분야 협력각서'는 미래 세대의 교류를 더욱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브라질 내 K-컬처에 대한 높은 관심에 발맞춰 K-뷰티와 K-푸드가 널리 소개되고 브라질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국제사회 공조와 관련해 "양 정상은 국제평화와 안보,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인공지능과 기후변화 대응 등 주요 현안에 대해 공통 인식을 확인했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형화 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확고한 지지를 보내주신 브라질 정부에 감사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