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논의와 관련해 "생산성과 노동 기본권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보수 야당은 "예외 업종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진보 야당은 "노동 후퇴"라고 반발했다. 여당 내에서도 적잖은 우려가 나왔다.
김 장관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피감기관 업무보고에서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호남 반도체 메가특구 연구직을 대상으로 한 주 52시간제 예외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자 "신중히 접근하겠다"며 "어떻게 생산성과 노동 기본권을 조화시킬 것인지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김 장관은 52시간제 예외가 정부의 입장이냐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는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도 "반도체 메가특구는 반드시 성공해야 하고 기업의 생산성 역시 높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업의 생산성을 올릴 수 있으면서도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해법을 반드시 마련하겠다"며 "궁극적으로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호남 반도체 주 52시간제 예외는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졌다. 의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김 장관은 이같은 취지의 신중한 답변 태도를 유지했다. 질의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특례 확대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지만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은 거세게 반발하며 예외 조항이 적용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특정 지역에 특정 업종만 특례규정을 둔다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광주 반도체 R&D만 제한받지 않고 다른 지역 다른 업종의 R&D는 제한받아도 된다는 의미냐"며 "더욱이 광주에만 특례가 적용됨으로써 정치적으로 사업적 진정성도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제를 풀겠다면 (일정한 기준에 따라) 전국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도 "메가특구에만 예외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현 정부 입장에서도 상당히 모순적이라고 느껴질 것"이라며 현재 상위 3% 수준의 고소득 연구원·관리자에 한해서만 예외를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이는 데 필요하다면 전 산업 분야에서도 (52시간 예외 특례를)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서왕진 혁신당 의원은 "명백한 역주행"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이었던 주 4.5일 근무제 관련 입법 논의는 시작도 못 하고 있는데 주 52시간 예외라는 거꾸로 가는 논의만 불이 붙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노동자들도 나라 잘되길 바라며 메가특구 성공을 원한다. 그런데 호남 반도체 가동이 빨라야 2029년인데 왜 벌써부터 이 논의가 시급하게 다뤄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라며 "기업 입맛에 맞는 지원이라고밖에 볼 수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제도 변화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 김태선 민주당 의원은 "노동계가 무조건 양보하는 것은 안 된다. 노동자 보호장치가 꼭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도 "잠 안 자고 근무하는 게임이나 문화 산업에서도 필요성을 주장하고 (호남에만 특례가 주어지면) 새만금이나 대구·경북권 등에서도 특례를 요청하게 될 것"이라고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안호영 민주당 의원은 "메가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불필요한 노동 규제가 있다면 개선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52시간 특례는) 생산성 향상과 노동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조화시켜야 할 사안"이라며 "무조건적인 예외 논의보다 기업이 (특례를) 정말로 필요로 하는지, 제도적 보완으로 가능한 지점은 없는지 등을 잘 살펴봐 달라"고 했다.
한편 이날 김 장관은 국민의힘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모호성 지적에 대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 어떤 방법이 있을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장관은 "업무지침으로 충분히 모호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대통령이 지침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제도화할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하셨다"며 "그 방향에서 준비하겠다"고 했다.
노란봉투법은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과 노동쟁의 범위 확대 등을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이 엇갈려 왔다. 이 대통령도 최근 국무회의에서 "쟁의 대상이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다"며 하위 법령으로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했다.